내년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에 한약조제시험을 통과한 약사(이하 한조시 약사)와 한약사의 조제권이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의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한의계 내부에서는 한방첩약의 건강보험 적용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대의원총회의 의결 없이 대한한의사협회 집행진이 독단적으로 사업에 참여키로 한 것은 행정절차를 무시한 행위로 원천무효라는 한의사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의 일환으로 내년 10월부터 3년간 노인·여성질환 치료용 한방첩약에 대해 시범적으로 첩약의료보험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시범사업에 한조시약사와 한약사를 포함시키는 안을 다수의견으로 결의했다.

이같은 건정심의 결정내용이 알려지면서 한의계 내부에서는 첩약의료보험 시범사업에 한조시약사, 한약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의계가 문제 삼고 있는 한조시 약사는 한약분쟁 이후 전국적으로 2만5000명 정도가 배출된 상태로 이들은 국가가 지정한 100가지 처방 내에서 가감없이 조제할 수 있을 뿐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가 지정한 100처방 내에서만 환자의 적응증을 확인하여 조제할 권한만 가지고 있는 비전문가인 한조시 약사에 의해 조제된 위험한 한약을 국가의 의료보험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의협을 제외한 한의계 관련단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첩약의료보험 시범사업과 관련 한의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는 시범사업의 한조시 약사와 한약사 참여를 합의한 현 집행진의 업무진행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여부 때문이다.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포함한 한의사 회원들은 지난 9월 김정곤 협회장의 탄핵안이 제기되고 비대위가 협회 업무의 일부를 위임받는 등 대표성을 상실한 상황에서 협회집행부가 대의원총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한 반발과 함께 합의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의계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수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즉,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포함된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은 비전문가에 의한 한약 처방으로 인해 국민건강권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음에도 오히려 국가가 앞장서서 이를 공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 채 또 다시 약사들의 이권수호에 앞장서는 처사라는 것이다.

가천대 한의과대학 박완수 교수는 “얼마전 약사가 처방한 안궁우황환을 복용한 어린 아이가 사망하는 등 비전문가인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제멋대로 조제하여 환자에게 복용시키는 한약의 문제점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되풀이 되고 있다”며 “이처럼 비전문가에 의해 조제 처방된 한약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에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국가가 오히려 활성화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이권단체에 힘을 몰아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과 관련 한의계의 공식 대표기구인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와 한의사평회원협의회, 참의료실천연합회 등 한의계 관련단체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성을 상실한 한의협이 진행한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은 원천무효이며 특히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포함되는 첩약의료보험시범사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처럼 한의협을 제외한 모든 한의사관련 단체들이 강력한 반발과 함께 건정심의 합의 결과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고 차제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어 향후 복지부의 결정 방향 여부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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