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도지사(가운데)가 5일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허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진료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부를 전제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병원이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와 관련해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다.

도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표명했다.

이날 도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한 이유에 대해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그리고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 보존하려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국인의료기관은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5년 11월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의결하는 등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그리고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이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총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2017년 7월 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한 데 이어 의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7명)도 채용했고, 8월 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17년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된 네 차례의 심의회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이어 2018년 2월 1일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제주도에 제출됐고,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2018년 10월 4일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불허권고를 하면서도 정책제언으로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의 전체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도 차원에서의 정책적 배려 등도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는 올해 1월 복지부에 부서에서 승인한대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한 경우, 진료거부 금지 등에 해당되는지 질의했고,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회신한 바 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내려진 후 최종 정책결정을 위해 사업자인 녹지국제병원측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측,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 등으로 활용하라는 공론조사위의 정책제언에 대해서는 원희룡 지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VIP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까지 꼼꼼하게 돌아본 결과, 야외 자쿠지까지 설치된 최고급 병실 등 현재의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에는 활용 불가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도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녹지국제병원은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에 따른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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