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三國史記)」 권이(卷二) 벌휴이사금(伐休尼師今)조에 「三年春正月親祀如祖廟大赦二月 拜坡珍 仇道 一吉 仇須兮 爲左右軍主 伐召文國 軍主之名 始於比」라는 기록이 있다. 작가는 조문국(召文國)의 왕력을 찾아낸 <왕국의 부활>에 이어 당시 전성기에 여왕 자성여주(紫聖女主)의 일대기를 그린 <화국>이 화제를 낳고 있다. 

<줄거리>

AD 4세기 경. 기자조선에 반기를 들고 한무제에게 투항하여 요동지방에 살다가 여태후의 반란에 한반도로 넘어와 경상북도 의성지방에 조문국을 세운 읍락국가다. 이 나라는 신라에 방하였으나 369년동안 존속된 국가로 전성기에 자성여주라는 여왕이 있었다. 그년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으로 원화(源花)라는 20세 이하의 여성집단의 단체를 만들고, 이들에게 무예를 가르치고, 이웃국가들을 정벌하였으며, 조문금이라는 악기를 제작하여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이다. 

이 역사소설 <화국>>의 무대는 경상북도 의성군 대리면 일대의 옛 조문국이다. 한문을 아는 분들은 召文國을 소문국이라 읽기 마련인데, 현지에서는 반드시 조문국으로 읽고 있다. 이곳은 바로 저의 고향(초전리에서 도리원 쪽으로 바로 아랫마을인 구련1리)이다.

지금 조문국 박물관(금성면 초전1길 83)이 있는 자리는 저가 다녔던 옛 조문국민(초등)학교였다.학교 앞 냇물을 건너다보면 붉은 언덕이 있고, 그 언덕 넓은 터에 경덕왕릉이 있었다. 바로 코앞이었지만 어렸을 적에는 빤히 보였던 거기에 갈 일이 없었는데, 거의 매일 뻔질나게 다니게 된 것은6.26 직후였다.

7월 중순 경, 방학도 아닌데, 휴교령이 내렸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그해 여름 온갖 공포와 모험과 체험으로 엄청 혼이 났다. 그 휴학 중에도 가끔 학교로 탄피를 줏으러 다녔다. 시신과 포성과 총탄을 예사로 여기게 될 즈음은 어느 덧 가을이었다. 개학령이 내려 학교에 갔지만 교사는 미군의 폭격으로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교장사택의 우물가에는 눈을 부릅뜬 황소 대가리가 버티고 있는 걸 우리는 별 겁도 없이 그 눈처럼 멀커니 쳐다보기도 했다.

등교는 했지만 교실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학교에서는 이웃 마을의 교회나 빈 터를 빌려 거기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4학년이었던 우리 반은 맑은 날이면 바로 경덕왕릉으로 갔다. 비석에는 탄환 자욱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지만 우리의 관심은 높다란 왕릉 봉우리 위에서 깔판을 타고 신나게 내리달리는 미끄럼 놀이였다.

바로 그 왕릉 위쪽에는 문익점의 목화재배 기념 표지가 있었고, 그 아래로 길을 건넌 언덕바지에는 엄청 큰 무덤들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곳은 오랫동안 역사의 수수께끼였는데, 최근에 가보니 너무나 많은 비밀들이 풀려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 비밀의 열쇠를 푸는 한 가운데에 박정수 작가가 자리하고 있어 더욱 반가웠다.

대한일보로 문단에 나온 박정수 작가를 아주 가까이에서 자주 만날 수 있게 된 건 도서출판 범우사를 통해서 였습니다. 범우사 편집국장에다 작가였던 그와는 금방 의성중학을 화두로 밀착하게 되었습니다. 박정수 작가는 저에게 향수와 모교와 조문국의 역사를 떠올려 주는 신호기와 같은 존재로 부각되었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직업을 거쳤고, 또한 엄청나게 많은 역사장편소설을 쏟아냈는데, 저에게는 조문국을 다룬 작품만 보내주었다. 이미 <<왕국의 부활>로 조문국의 베일을 벗겨낸 이 작가가 이번에는 아주 세련된 <<화국>>이란 매혹적인 제목으로 조문국의 역사를 왕실 중심의 염문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왕국의 부활>>이 역사적인 사료의 발굴과 해석에 대한 역사소설이라면 <<화국>>은 박정수 작가가 그간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문학의 총체적인 결실이라 할 정도로 조문국을 소재로 한 본격역사소설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정수 작가는 이 소설에서 (1) 신라의 뿌리는 조문국으로, 그 사위가 이 나라를 빼앗은 게 신라이다, (2) 화랑의 근원 역시 조문국의 원화(源花)에서 비롯되었다, (3) 한국사에서 첫 여왕을 낸 것도 조문국의 자성여주(紫聖女主)이다, (4) 우륵의 가야금보다 100년 앞선 악기로 조문금(召文琴)이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주장을 바탕 삼아 박정수 작가는 김별아의 <<미실>>처럼 당시 여성들의 분방했던 삶을 아름답게 그려주고 있다. 여성들의 분방함이란 곧 성적인 자유로움인데, 그게 당대 자신의 연령대 남성만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아래위로 한 두 세대를 넘나드는 분방함을 뜻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보다 훨씬 더 개방된 일탈이다.이 소설로 박정수 작가는 만년에 소설 문단에 재생하게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에게 행운이 내릴 뿐만 아니라 조문국에 대한 바람직한 역사 연구와 평가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 책명 : 화국(花國)

* 저자 : 박정수

* 출판사 : 문예마당(02-3216-8401~3)

* 쪽수 : 296

* 값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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