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2012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새해 보건의료분야 업무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이며, 이의 실현을 위한 주요과제와 추진계획을 담고 있다.

 

보다 건강한 국민, 보다 건강한 의료체계로의 개편, 보다 발전된 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의지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새해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중에서,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임대 등 고액 종합소득 직장가입자도 종합소득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 연금 등 종합소득이 연 4천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외와 같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보건소 기능재정립의 일환으로 보건소의 기능을 기존의 진료 중심에서 건강증진?관리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것은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한 정책방향이고, 이에 따라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네트워크 구축, 건강증진사업 참여 강화 및 보건기관의 총괄?조정 기능을 높이는 데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또한, 현행 도시지역 보건기관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방문당 수가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수가체계인 행위별 수가제로 변경하는 것도 진료 중심의 보건기관의 기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큰 틀에서 공공보건기관 및 민간의료기관 간의 기능재정립 차원에 부합할 것이다.

 

정부가 일반의약품 중 국민 불편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약국외 판매 의약품을 약사법 개정 통해 적극 추진해 소비자의 선택권 및 권리를 제고하고자 하는데 대해 적극 찬성한다.

 

의협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가정상비약 수준의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는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새해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중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부분이 많다. 즉, 비전은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고, 강한 정책의지는 엿보이나 정책파트너인 의료계와 협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자칫하면 구두선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효율적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차대하다는 것은 정부, 의료소비자, 의료공급자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3.17 발표한 의뢰서 발급제도 개선, 회송제도 활성화, 대형병원 쏠림 개선 등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30개 세부과제 추진을 발표하였으나, 현재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과제 중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행 예정인 과제는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제" 단 하나뿐인 실정이다.

 

거의 지난 2년 동안 의료계에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및 일차의료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한지 1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의뢰 및 회송체계 개선 등과 같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세부과제에 대한 실행방안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은 더욱 피폐해지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가속화 되는 등 보건의료체계의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금번 복지부 업무보고에 "종별 기능에 따른 체계적 의료 공급?이용 유도"를 포함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세부과제의 확고한 추진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재표명한 만큼 일차의료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세부과제가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세부과제의 조속한 추진을 통해 일차의료 활성화 기반 마련,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은 물론 국민의료비 절감에 상당한 기여를 함으로써 한 단계 격상된 의료체계를 마련해 2012년 한 해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원년이 되길 학수고대한다.

 

정부는 2008년부터 국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료를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자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나, 야당, 시민단체, 의료계 등에서 의료민영화 심화, 부익부빈익빈 현상 가속화, 건강보험체계 기반 붕괴 등의 문제제기로 사회적 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 과제인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보건의료분야는 국민의 건강에 초점을 둔 사회보장 성격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지양해 "영리"가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의료체계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지불제도 개편은 중차대한 문제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7개 질병군 입원 포괄수가제를 병?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포괄수가제 확대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으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높은 의료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공급자의 의료기술 개발을 저해해 의료수준을 저하시키는 제도이며, 정부의 행정편의주의 발상에 근거한 제도이다.

 

또한,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따라서 지불제도 개편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여 사전에 반드시 의료계와 협의체계를 구축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료체계로의 개편만큼 국민의료비의 수입 및 지출을 효율적인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지출구조 합리화를 위해 약가결정방식 개편 등을 추진할 계획이나 지출을 통한 재정 절감은 한계가 있는 만큼 수입 확대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수입구조 확대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보험료의 경우 선진국 보험료율의 절반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만큼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원 확보를 위해 합리적인 보험료 상향 조정 기전을 마련하는 것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담배, 알코올을 통한 부담금, 목적세 등의 간접세 신설 및 국고의 확대 지원에 대한 방안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하여,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재원을 국가가 부담해야 함에도 재원 조달 대상에 산부인과를 포함하는 문제, 감정단이 환자측의 증거수집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의 환자측의 조정절차 원용 문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위헌적 요소 등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바,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 취지인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처리로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이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의료분쟁조정법을 시행함에 있어 의료인의 피해가 심화되어 의료인이 의료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의료분쟁조정법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사문화된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료실명제는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정보가 악용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기존에 수신자 조회, 현지조사 등 허위 부당청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2중으로 유사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진료실명제는 폐기되어야 하고, 조제실명제, 정책실명제부터 검토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세부과제를 조속히 이행해 일차의료가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와 함께 일차의료 활성화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 시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한 의료민영화를 지양하고 임의비급여 문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의 각종 의료기관 규제 사항을 완화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의료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미래 트랜드는 의료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 전환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에는 정부와 의료공급자 간의 파트너십이 자리하고 있어야 진정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정부의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2011.12.28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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