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이후 제약사들은 물론 의료계까지 범정부차원의 전방위적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가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괜히 초기에 잘못 걸려 "시범케이스"나 "괘씸죄"가 적용 될 경우 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제약업계간의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대책과 처벌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결과는 “아니올시다”로 끝나고 말았다. 제약업계가 스스로 클린 캠페인도 벌여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불치병으로 지목된 리베이트 문제는 쌍벌제라는 족쇄가 채워졌으며, 지금 전방위적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경찰·검찰 등 사법기관까지 함께하는 정부의 이번 리베이트 척결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리베이트는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리베이트 척결 의지를 보일 때마다 항상 새로운 방법들이 생겨났다. 그 방법들은 신출귀몰한 것도 있지만 알고도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우려되는 것은 매번 리베이트 문제가 나올 때 마다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이 위축돼 왔다는 사실이다.

리베이트에 근접한 방법이나, 현실적인 전달 방법 모두 적발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제약사들의 경우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영업사원들의 폭로로 인해 핵폭탄을 맞아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제약사가 정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매뉴얼"까지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다. 여기에는 영업사원 단속, 소문의 확산, 조사단이 들이 닥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 등이 들어 있다. 어떻게든 피해를 줄여볼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게 국내 제약사들의 현실이라고 하니 서글프다. 한 가지 또 눈여겨 볼 것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제약사들이 판매관리비를 늘이고 연구개발비는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판관비를 줄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적 현상이다. 리베이트 근절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면 쉽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금융감독원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개 다국적 제약사의 지난해 판관비 총액은 1조609억 원으로 전년 1조60억 원보다 5.5%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중은 2009년과 2010년 모두 31.4%를 기록했다. 반면 상위 10개 국내 제약사의 판관비는 같은 기간 1조9454억 원에서 1조7720억 원으로 8.9%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37.9%에서 32.1%로 떨어져 외국 제약사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양 쪽의 연구개발비 투자 성향도 반대다. 국내 상위 10개사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9.82%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전년도 7.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 제약사는 2.61%에서 2.52%로 오히려 줄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판관비를 늘이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제약사의 특수성에 비쳐 볼 때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판관비에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은 선듯 이해가 안 된다.

물론 판관비 비중이 높은 것은 제조 및 품질관리에 많은 비용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는 제약사들의 핑계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리베이트성 판매촉진비나 접대비 등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는 또 터질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가 없이는 손을 잡을 수 없는 현실은 그대로 남겨 둔 채 칼만 빼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조건 잡아서 처단하는 것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다. 국내 제약산업이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가까운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병원과 의료인들이 왜 손을 벌리고, 제약사들이 왜 리베이트를 건네는지 그 원인과 환경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은 숨바꼭질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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