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오늘 글리벡 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복지부와 시민사회단체 등 보조 참가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글리벡 약가 인하는 2008년 6월 시민사회단체가 약가 인하 조정 신청을 복지부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2009년 6월 어떤 명확한 기준이나 원칙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글리벡 약가를 14% 인하시키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대해 노바티스는 효력정지 가처분과 약가인하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년이 넘는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의 의약품 제도와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위협하는 핵심적 요인들을 파악하게 되었다.

첫째,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복지부 자신이다. 글리벡의 약가가 높다는 것은 노바티스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글리벡 약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명확한 근거 없이 눈치껏 약가를 조정함으로써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특히 글리벡 약가 인하 조정을 최종 담당했던 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이번 판결을 통해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현행 약제비적정화방안에서 필수의약품의 공급과 약가 문제를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기구이다.

하지만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최종 "조정"이 사법부에 의해 쉽게 뒤집어지게 됨으로써 약제조정위의 판단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미흡함을 보여주었다.

둘째,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제약회사이다. 노바티스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상하는 동안에도,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참석하는 동안에도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다. 글리벡 400mg 시판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편의와 안전을 가장 중시한다는 자신들 스스로의 논리조차 부정하면서 최대한의 이윤만을 위한 경주를 계속해왔다.

셋째, 노바티스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 재판부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한국 의약품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복지부의 행정적 재량권을 모두 부인함으로써 향후 필수적 의약품 약가와 공급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글리벡으로 대표되는 특허독점의약품의 건강보험재정과 환자 착취에 대한 판결임을 똑똑히 인지했어야 하지만 결코 그러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초국적 제약회사의 고가 정책, 공급 협박 등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넘나들며 환자들을 위협하는 제약회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의 한계와 의미를 복지부는 똑똑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10년 12월 1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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