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단순 폭행, 협박이나 이를 교사, 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제12조 2항 및 제87조 1항)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법안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4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고 6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성명서는 "(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실 등에서의 폭행·협박 등 진료 방해행위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고 있고(제12조, 제60조 제1항 1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또는 단체, 다중의 위력을 이용해 폭행· 협박하는 경우까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제2조 제1항․제2항, 제3조 제1항․제3항)"며 지나치게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폭행, 협박의 속성을 고려해 사람에 대한 단순 폭행·협박죄 뿐만 아니라 외국원수, 외국사절에 관한 폭행·협박죄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사후 화해·합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 있지만(형법 제260조 제1항․제3항, 제283조 제1항․제3항),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지 않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시민사회 단체들은 "특히, 직무집행중인 공무원(예: 대통령, 국회의원, 경찰 등)을 폭행·협박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데(형법 제136조), 의료인에 폭행·협박은 이보다 중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모든 환자나 환자가족들을 잠재적 중범죄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판례상 폭행죄는 멱살을 잡거나 때리는 시늉만 해도 인정되기 때문이다"라며 "의료계는 국회에 가중처벌 규정 신설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사나 병원의 불친절, 불충분한 설명, 반말, 면담 회피, 의료사고 등 환자의 불만이나 민원사항을 해결하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자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의사 권위주의를 더욱 고착화시키며 기존의 관련 법령에 의해 이미 가중처벌되고 있는 의료인 폭행, 협박을 중복해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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