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균형 교수^^^
두 달 전 56세 이민희(가명)씨는 갑자기 시작된 시력상실과 눈 통증으로 가천의대길병원 안과를 방문하였다. 눈의 검은자인 각막에 심한 세균성 궤양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항생제 치료 등을 통해 경과가 호전되어 1주일 후 퇴원 할 수 있었지만 각막에 흉터로 생긴 혼탁으로 예전만큼 시력이 나오지 않았다. 각막궤양의 원인으로 심한 건성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평소 입도 마르고 관절통 증세도 있어 검사한 결과 류마티스 질환의 일종인 쇼그렌 증후군이 발견되었다. 내과와 협진하에 치료하여 상태가 호전되었다.

요즘 눈물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눈물질환인 건성안(눈마름증후군)의 유병률은 가천의대길병원 안과학교실에서 최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천지역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26.2%로 조사되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성안은 조기진단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매우 낮다. 대한안과학회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눈물 부족 또는 과다 증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 또는 "시력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여겨 치료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건성안은 눈물 부족이 원인으로 알려져 인공눈물 등으로 부족한 눈물을 채우는데 급급했지만 최근에는 눈물층의 삼투압 상승과 안구표면의 염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알려지며 치료방법 또한 바뀌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눈물의 양 조절만으로는 증상의 심각성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물의 양이 아닌 "질"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눈물의 양이 충분히 있어도 눈물 자체의 질이 떨어지면 건성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건성안의 증상 정도가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서 심한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백내장 환자보다도 일상생활의 불편도가 높고 특히 외출할 때, 책이나 신문을 보거나 손으로 어떤 작업을 할 때 더 심한 불편을 호소한다.

건성안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한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쇼그렌증후군 등의 전신질환과 동반되어 발생한 건성안 환자에서 합병증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데,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결막 자극으로 유두결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매우 빛에 민감해질 수 있으며 안구 충혈이나 통증으로 눈을 잘 뜰 수가 없고, 일상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눈의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감염 등에 취약하게 되어 각막염, 결막염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제때에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막혼탁을 유발하여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야기한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눈에 건조함 때문에 점점 통증이 생기거나 이물감이 심하다면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건성안의 주요 원인으로 나이와 성별을 드는데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눈물샘의 기능이 감소되어 눈물의 분비량이 감소하고 눈물 성분의 변화로 눈물막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여 건성안을 유발한다.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15~33.7 % 가 건성안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건성안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으며 심한 건조증 또한 여자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들에게 증가 추세를 보여 호르몬이 건성안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건성안의 중요한 원인으로 환경적인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눈물의 증발이 많이 되어 건성안이 심해진다. 요즘처럼 대기중의 수분이 적거나 또 실내에서 난방을 위해 히터, 온풍기 등으로 온도를 높이는 경우,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건조한 바람을 쐬는 경우, 연기가 많거나 공기 오염이 심한 경우 건성안이 심해진다. 또한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장시간 컴퓨터나 PMP 등 영상단말기를 사용하면서 건성안의 환자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영상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서 생기는 안증상과 근골격계 증상을 통칭하여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이라 하는데 건성안은 VDT 증후군의 주된 증상이며 이는 주로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눈깜박임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인해 눈의 증발이 증가하여 눈표면을 건조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콘택트렌즈 사용이 건성안을 잘 일으킨다. 특히 소프트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건성안이 증가하며 라식 등의 굴절 수술 후에도 건성안이 생길 수 있으나 수술 후 약 1년 정도 후에는 대부분 수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전신질환 중에 건성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쇼그렌 증후군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에 주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건성안과 입마름증을 유발한다. 대부분 여자에서 발생하며 특히 40~50 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류마치스 관절염, 루푸스 (전신홍반성낭창) 등의 여러 결체조직 질환에서 건성안이 잘 생기며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도 건성안이 잘 생긴다. 따라서 건성안 증세가 있는 사람 중에 입마름 증상이나 관절통, 안구돌출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면 이런 전신질환에 대한 검사가 꼭 필요하다.

전신적으로 사용하는 약 중에 눈물 분비를 감소시키는 약물들이 있다. 항히스타민, 항우울제 등이 가장 흔하고 이뇨제, 일부 고혈압약, 파킨슨씨병 약물, 레티노이드 등 피부과 약물, 기타 정신과 약물 들이 눈물 분비를 감소시켜 건성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건성안을 예방하기 위해서 건조한 환경을 피하고 특히 건조하기 쉬운 동절기나 사무실에서는 가습기등을 이용하여 실내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실내 온도가 과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적절한 난방을 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자는 모니터를 자신의 눈보다 하방에 위치하도록 하며 조명은 직접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설치한다. 작업 중 휴식을 짧게 자주 가지고 근거리 작업 도중에도 중간중간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여 주는 것이 눈물 순환에 도움이 된다.

적절한 수분 공급과 균형잡힌 식사는 눈물 성분 변화를 막는데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오메가-3 나 감마리놀렌산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생선류나 견과류, 종자유 등의 식품의 섭취를 늘리고 필요한 경우 영양보조식품으로 적절히 보충해줌으로써 건성안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눈꺼풀염은 건성안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며 평소 눈꺼풀 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눈꺼풀 위생은 5-10 정도 따뜻한 물수건으로 온찜질을 하고 베이비 샴푸를 희석하여 속눈썹이 난 부분에 약간 힘을 주어 누르면서 문지르고 다시 따뜻한 물로 세척함으로써 마이봄선의 내용물을 배출시키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성인 열명 중 세 명이 앓고 있는 건성안은 환경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기에 원인을 찾고 염증 치료등을 동반하여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자칫 만성화 되고 심해져서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눈에 건조감이 있을 때 뿐 아니라 오히려 눈물이 고이거나 흐르는 느낌이 있을 때, 아프거나 침침할 때 모두 건성안이 의심되는 증상이니 꼭 병원을 방문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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