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값이 너무 비싸서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라고 본다. 이는 환자의 건강향상뿐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는데 있어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즈치료제나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치료제 등의 비싼 약값을 놓고 벌이는 분쟁은 이에 한발 더 나가 국민의 생명권 위협은 물론 보건의료정책 중 국내 의약품 가격결정 정책의 피폐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2일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09년 9월1일 고시에서 글리벡 상한금액을 인하한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글리벡 약값의 상한금액이 미국ㆍ일본 등 외국 7개국 평균가로 정해졌으므로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항소할 뜻을 내비쳤지만 만약 이번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한국정부의 의약품 가격 정책과정을 무력화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보면 노바티스가 의도한 대로 현행 약가제도를 흔들어 허점을 들춰내고 제도를 무력화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의 판결을 두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할 때 이 문제는 예삿일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특허권을 갖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치료제를 독점 공급에 따른 비싼 약값 부담은 오래전부터 환자들의 생명권을 위협해 왔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이 원고 승소로 결론이 나면 노바티스를 필두로 한 특허 독점의약품 만능정책에 힘이 실려 결국 국내 가격결정 정책의 피폐화를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최종 결정자인 복지부 장관의 고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러한 선례를 낳게되면 독점공급사들의 행태는 각 국의 실정에 따라 다른 보건의료정책을 회사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더욱 노골화 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및 해당국민인 건강보험가입자들에게 돌아갈 것도 명약관화한 일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독점적 의약품을 만들었으니 비싸게 받으려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에이즈치료제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등의 경우는 국제사회가 접근권을 강조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각 나라의 현실에 맞는 약값을 책정하는 것도 세계보건기구가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바티스의 이번 소송은 백혈병치료제 시장에서의 자사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공급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즉 3년 후에 특허가 만료되는 글리벡을 놓고 진행되고 있는 이번 소송은 최대한 특허만료시점까지 글리벡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노바티스 제품으로 독점하기 위한 전략에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지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은 낭비되고 있다. 복지부도 노바티스측도 한발 물러나 고가의 약가로 고통받을 환자들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송를 길게 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노바티스는 글리벡 특허만료후 타시그나로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타시그나 약값을 글리벡보다 비싸게 책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며, 복지부는 원칙없는 태도와 기업프렌들리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빈축을 사게된다.

개발도상국에 무료로도 치료제를 보내는 세상이 됐다. 제발 불쌍한 환자들을 더 이상 울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향후 진행될 소송에서 법원은 한국의 환자 뿐 아니라 전 세계 환자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냉철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이제 글리벡 약값으로 환자를 그만 울려라.

바라건데 정부는 제약산업에 더 많은 관심과 R&D지원을 통해 글로벌 신약하나 제대로 없어 당하고 있는 설음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쏟아 줄 것을 당부한다. 보건주권을 잃어버리면 그것 또한 보건식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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