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 내용중 대부분의 처방은 "000왈"로 시작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중국의서임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의성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훈민정음"과"조선왕조실록"(1997년 등재),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2001년),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2007년) 등 총 등에 이어 국내 기록물로는 일곱 번째다.

그런데 훈민정음 등이 등재 될 때와 비교해 이번에 동의보감 등재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의계는 "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이자 한의계의 보물인 동의보감이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 의학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등재되는 쾌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반면, 의료계는 "이번의 기록 유산 등재도 세계가 한방을 의학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고 폄하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한의계가 이번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놓고 역사적 가치보다는 의학적 가치에 비중을 두고 연일 이를 홍보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의계가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한데 대해 의료계는 "동의보감은 말 그대로 세계의 기록 유물이지 첨단 의학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의보감은 과연 한의계의 주장대로 세계 의학사에 대한 기여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첨단 의학서가 아닌 말 그대로 세계의 기록 유물에 불과한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한의계는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절호의 찬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의 세계화는 곧 한의학의 세계화라는 등식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동의보감의 집필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의학적 가치를 재조명해보고 과연 한의계가 주장하는 동의보감의 세계화가 가능한지를 집중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동의보감은 조선 선조대왕 29년(1596년) 허준을 중심으로 한 내의원 의학자 허준,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이 왕명을 받들어 편찬국을 설치하고 500여종의 왕실도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편찬을 시작했다.

그러나 1597년 정유재란을 맞아 편찬 작업이 중단됐다가 전쟁이 끝난 후 허준 혼자 다시 편찬해 1610년 완성됐다.

동의보감은 병증과 치료방법을 중심으로 △내경편(內景篇·6권) △외형편(外形篇·4권) △잡병편(雜病篇·11권) △탕액편(湯液篇·3권) △침구편(鍼灸篇·1권) 등 5개 강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의보감은 1613년 훈련도감에서 만든 목활자로 인쇄되었는데, 이때의 초판본 완질 25책의 목활자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훗날 목판본으로 출판한 것이 완전하게 전승되고 있다. 25권 25책인 동의보감은 우리나라 보물 제1085호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동의보감은 오는 2013년이면 발간 400주년을 맞이한다. 따지고 보면 지난 1610년 완성된 동의보감은 조선의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으로서 이용되다가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부터 한의사들의 전유물이 됐다.

당시의 개정 의료법은 침구사의 신규 양성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동의보감은 침구사가 아닌 한의사들 대표하는 의학서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동의보감은 39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의사"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의 유물로 남아 있다.

그 결과는 비록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는 했으나 동의보감의 질적 향상과 현대 감각에 맞는 의학적 전진에는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중국의 중의학이 세계 한방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동안 한의학은 동의보감이 발간 된지 400여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 정부나 한의계가 그동안 396년 전의 동의보감에만 매달려 말로만 세계화 국제화를 외쳐왔다는 증거며, 동의보감의 의술로는 국내용에 국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정보연구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한의 학술논문 통합검색사이트인 "오아시스"에 동의보감의 검색어로 확인된 게재 논문은 "1969년 "左肝 右肺에 對하여(저자: 이병행)"·"漢醫學의 古方과 新方의 論(저자: 權英植)" 등 2건을 시작으로 2008년 "東醫寶鑑 胞門의 鍼灸法에 관한 小考(저자: 김경민·양기영·이병렬)" 등 21건까지 총 218건에 이른다.

한의계는 이러한 결과를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을 이룩해온 논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연구논문이 수 백 건이 됐건 수 천 건이 됐건 여전히 동의보감은 396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내용이 독특하고 귀중하다”vs "중국의서 짜깁기에 불과하다"]

사실 동의보감을 놓고 각양각색의 평가가 충돌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중국 의서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의계는 동의보감"에는 미래의학으로 가기 위한 역사적·문화적·의학적 콘텐츠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내적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의사 등 일부에서는 허준이 당시의 중국의서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그런데 동의보감을 유심히 살펴보면 중국의서 짜깁기 주장은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동의보감 내경편에서 침구편에 이르기 까지 허준의 독창적인 주장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동의보감 서문에는 "敎曰近見中朝方書 皆是抄集庸?? 不足觀爾 宜 聚諸方輯成一書且人之疾病 皆生於不善調攝 修養爲先藥石次之 諸方浩繁務擇其要 窮村僻巷無醫藥 而夭析者多 我國鄕藥多産 而人不能知爾 宜分類竝書鄕名 使民易知"라 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요즈음 중국의 의서를 보면 모두 용렬하고 조잡한 것만 모아 놓아 볼 만한 것이 없다. 마땅히 여러 의서를 널리 모아 하나의 책으로 편집하라. 또한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리와 섭생의 잘못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수양을 우선으로 하고 약물은 그 다음이어야 한다. 여러 의서가 너무 방대하고 번잡하니 그 요점을 고르기에 힘쓸 것이다. 가난한 시골과 외딴 마을은 의사와 약이 없어서 일찍 죽는 자가 많다. 우리나라는 향약이 많이 나나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하니 마땅히(이들 약물을)분류하고 향약명을 함께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는 내용이다.

즉 동의보감 제작 당시 “중국의 의서를 보면.....여러 의서를 널리 모아 하나의 책으로 편집하라”는 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의보감은 허준의 독창성 보다는 여러 의서의 내용 중 엑기스만 추려내는 작업을 통해 만들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흔적은 동의보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에서 침구편에 이르기 까지 허준의 독창적인 주장 보다는 대부분 “000가 말하기를” 또는 “00에서는”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내경편(內景篇) 신형장부설(身形臟腑設)에는 "손진인(孫眞人)이 말하기를", "주단계(朱丹溪)는 말하기를"로 시작해 모든 처방이"000는 말하기를" "OO에서는""00에 이르기를"과 같은 중국의서 등의 인용사실을 밝히고 있다.

손진인은 당나라 때 명의인 손사막(孫思邈)의 충언이며, 주단계는 중국 금나라와 원나라 시대의 명의 4명 중 한명이다.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이들의 말을 인용한 것은 자신의 독창성 보다는 짜깁기 수준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의학서적 등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만약 허준이 독창적으로 동의보감을 만들었다면 적어도 중국의서나 명의들의 말을 빌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의보감에는 처음부터 끝가지 건착도, 주역, 열자, 황제내경, 소문, 영추, 소강절, 요선, 연수서, 오진편주, 한단론, 상양자, 황정경, 양성서, 양생서, 양생경, 포박자, 유찬, 동신진경, 이진론, 소자, 진오, 단계음식한, 단계 사격함, 의약입문, 만병회춘, 본초강목, 국방, 유방, 맥경, 의감, 직지, 장중경, 나염포, 의정건강, 동원십서, 난경, 진전, 삼동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허준의 동의보감 편찬 작업은 중국 방제대사전에 수록된 약 12만개의 처방과 "의학입문"에 수록된 6,000여개의 처방 중 4,000여개의 처방을 엄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의보감에는 4,010개의 처방(본문에 인용된 의서수는 총 189종=중국의서 182, 한국의서 7종)이 수록돼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이러한 처방들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이 중국의서들의 기록이나 명의들의 말을 열거형태로 나열한 동의보감은 결국 우리나라 실정에만 맞는 것만 골라내 집대성 한 것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애초부터 세계화 보다는 국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시각은 한의계 내에서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윤용갑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대한한의학방제학회장)는 최근 한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적합한 질환별 병문별 신체부위별 가장 집중적인 처방을 선택한 것이 바로 "東醫寶鑑"의 4010개의 방제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토착화 시킨 사업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동의보감의 처방은 한국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토착화 시킨 국내용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김기옥 한의학연구원장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영호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도 "동의보감은 내용이 독특하고 귀중하여 세계 의학사에 대한 기여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동의보감이 국내용에서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16세기 한국의학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의방서(醫方書)적 수준을 탈피해 현대 실정에 맞는 새로운 의학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한의학의 세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의학계 한 관계자는 “동의보감이 중국의서를 짜깁기한 수준이 불과한 만큼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다면 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동의보감은 역사적 유물로만 평가하고, 현 수준에 맞는 의학적 지식을 담은 21세기형 동의보감을 한의계 스스로가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국 중의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국이나 유럽등지에 한의원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곳들은 그 나라에서 인정하는 침구사 자격증을 가지고 교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실상 침술원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한의계도 잘 알 고 있을 것”이라며 “동의보감을 등에 업고 한의학이 세계의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서는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의약학 보다 뭔가는 탁월한 것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도 “허준 선생 주도하에 기존의 중국 의서 등을 바탕으로 편집한 동의보감에 대해 세계가 이른바 역사상의 "유산"으로 인정했다는 점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할 수 없다”며 “계속적인 한의학의 문제점을 부각 시키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체의학자는 “현대의학은 역사를 거듭 할수록 세분화 되고 정밀화 되어 가는데 유독 한의학만 중국의학의 호번한 처방들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정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만약 미국 등 선진국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생약재재 성분의 몇 백배에 이르는 배양 물질들이 나오면 한의약학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의보감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일수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중의서의 짜깁기 수준이라는 핀잔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중의학의 범주를 넘어 설 수 있는 동의보감의 새로운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한의계는 한의학의 우수성이 전 세계에 각인됐다는 평가만을 앞세워 잔치 분위기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다. 자신들을 향하는 손가락질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말로 전 세계가 한의학을 인정하는 그날을 앞당기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등재는 잔치가 아니라 자화자찬의 수치가 될 수 있음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계속=2부 에서는"16세기 정체성에 빠진 동의보감 이대로는 안 된다"가 보도됩니다.)

^^^▲ 동의보감을 한글로 번역한 책자를 보면 내경편 "손진인이 말하기를"하고 시작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이렇게 집필돼 중국의서를 인용했음을 잘 입증하고 있다. 만약 허준이 중국의서의 처방을 인용하지 않고 독창적 처방으로 동의보감을 만들었으면 굳이 "000에 이르기를"등의 표현을 하지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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