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다소 줄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사용률을 자랑한다. 한때이긴 하지만 2005부터 2007년까지 3년간 매년 항생제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OECD에 속한 30개국의 항생제 사용량 자료와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6년도부터 의료기관별 항생제 처방율이 공개되면서, 2007년도에는 사용량이 보다 큰 폭으로 감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점을 차치하고라도 특별한 치료가 아니면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2006년도부터 의료기관별 항생제 처방율이 공개되면서 큰 폭으로 감소된 것으로 볼 때 의료기관별 항생제 처방율의 공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여기에 더 바랄 것이 있다면 정부가 앞장서 의약품 적정 사용을 유도하고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항생제는 기본적으로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이 발생했을 때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의약품이다. 따라서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또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더라도 2차 세균 감염이 예상되는 경우, 또한 세균 감염이 생기면 문제가 생기는 질환의 예방 차원에서 처방하는 것이 옳다.

이런 항생제 처방이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 쓰이면서 부작용 위험이 큰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는 감기증상이 없는 사람은 물론 천식 치료 등에까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므로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는 항생제는 써도 별로 효과가 없다. 의사들도 항생제가 감기치료에 전혀효과가 없으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이러한 항생제 처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항생제오남용의 원인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경제적 목적의 리베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의사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절반 이하의 항생제 처방 수치를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경제적 목적의 리베이트"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7일 복지부가 2005~2007년 3년간 "인체용 항생제 사용량 조사"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데 따르면 진료 과목별 항생제 사용량이 내과에서 가장 많았으며 이비인후과, 일반, 소아과, 치과, 산부인과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종별 비교(2007)에서는 여전히 의원>종합병원>병원>종합전문병원>치과의원>치과병원 순서인 것을 보면 항생제 처방이 의원들의 짭잘한 수익에 한몫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의원에 항생제 처방율은 57%로 네덜란드 16%, 말레시아 26%, 미국 43%에 비해 항생제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자국의 항생제 사용량을 공개하고 있는 16개 국가의 평균비율은 21.3, 최고 27.2, 최저 12.3, 적게 쓰는 나라에 속하기 위해서는 20 미만이어야 함).

더욱이 우리나라는 먹는약 이외에도 주사를 권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먹는 약으로 항생제를 처방하고도 주사까지 이중으로 처방 하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는 잘못된 믿음이 병을 잘 치료하는 유명한 의사로 불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항생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내성이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효가 점점 떨어진다. 약효가 강해질수록 병원균도 함께 강해져 점점 더 센 약을 처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의사들 스스로가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을 자제해야한다.

반면 의사들이 필요에 의해서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환자 스스로의 "임의 중단"을 반드시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임의 중단"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따진다면 항생제의 내성은 남용했을 때도 생기지만, 충분한 기간에 걸쳐 사용하지 않았을 때도 생긴다.

필요한 때 제대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라면 세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꾸준히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옳다. 환자 스스로가 판단해 갑자기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일부 세균이 살아나게 되고, 그 세균은 기존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내성이 생기므로 결과적으로 더 센 약을 더 오래 복용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의사들은 항쟁제 효과가 별로 없는 감기 등의 질병에 무분멸하게 항생제를 처방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처방해야 할 곳에 항생제를 처방하고 환자 스스로가 알아서 복용을 중단하는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실제 대한약사회가 지난 3월25일과 26일 양일간 널리 서울 구리하수처리장 및 반포대교 남단 등 한강 6곳의 물을 떠 조사한 결과 국내 대표 항생제와 항균제, 해열진통제에 주로 쓰이는 11개 의약품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 조사에서 감기 등의 증상에 널리 쓰이는 에리스로마이신(항생제)은 1L랑 최고 125ng(나노그램)이 검출됐으며, 린코마이신(항생제)의 경우 구리하수처리장 최종방류수에서 전 세계 독성학자가 정한 환경유해 기준 37ng/L에 10배가 넘는 383ng/L가 검출돼 한강의 의약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항생제를 복용에 노출돼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사실 항생제 장기복용으로 인해 발열, 발진, 두드러기, 신장·간장의 기능 저하, 대장염, 복통 등의 부작용 등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그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외국인의 국내 진료도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 될 전망이다. 과연 이런 처방이 외국인들에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까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의사들은 다시한번 고민해보기를 당부한다.

이런 말이 있다. 한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미국 의사에게 보여줬더니 굳이 복용하지 않아도 될 약이 많다며 절반이나 끄집어내더라는 것이다.

의료가 첨단수준으로 선진화되고 맞춤약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이 때 우리나라 의사들은 언제까지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경제적 목적의 리베이트"라는 고삐를 잡고 있을 것인지 측은하기까지 하다. 제발 젯밥보다는 의사 본연의 직분에 충실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건강을 위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진솔한 정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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