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 돼야 하는가. 또 다시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회오리에 휘말려 잠깐 동안이지만 튼튼히 쌓아오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 보니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살포는 예전보다 더 곪아터져 공중보건의사에까지 폭 넓게 전염을 시켜왔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도전히 회생불가능한 불치의 병에 걸렸음이 분명하다. 제약협회가, 보건복지가족부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이 비수를 들이 밀어도 그때 뿐이지 몇 일만 지나면 리베이트 바이러스는 금방 암세포처럼 퍼져 나간다. 이대로는 그 어느 정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불과 얼마 전 제약업계는 대국민보고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통한 투명 마케팅을 선언하고, 제약사들도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자율경쟁규약 마련, 제3자 지정기탁제, 의약품유통비리신고센터 가동을 통해 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정결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지금은 양치기 소년이 돼 어떤 결의도 믿지 못하는 서글픈 꼬락서니를 제약업계 스스로 만들었다.

최근 KBS 1TV 시사기획-쌈이 모 제약회사 내부문건을 근거로 공중보건의사에게도 리베이트가 살포되고 있다고 방송한 것은 여전히 이런 일이 제약계에 횡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고질병의 근본원인은 아직도 제약업계에 "남들은 다하는데 우리도 안하면 안되겠구나" "리베이트를 건네지 않으면 약을 팔 수 없다"는 부정적 분위기가 뿌리 깊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폭로 건은 내부 고발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언제 어떤 형식으로 건 또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됐다. 물론 "달라고 주머니를 열고 있는 쪽은 그대로 인데 어떻게 주는 쪽만 나무라는지 억울하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아온 제약업계가 모처럼 뜻을 모아 자정결의를 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겉으로는 자정을 외치면서도 줄곧 리베이트를 갖다바치고 약을 팔아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는 제약사들의 리베이트와 관련 수도 없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촉구했었다. 또 정부 차원의 강력한 처벌이 없는 한 리베이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수차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형식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았고 사후 관리는 전적으로 제약협회에 맡겨두었던 것이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가 연구개발 대신 당장의 생존을 위해 리베이트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뿌리지 않으면 약을 팔 수 없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무조건 리베이트 근절을 이유로 제약사들만 처벌을 할 것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 고칠 생각이 없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리베이트 문제를 법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양성화 하는 방안도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사안을 고발차원의 보도와 해당자에 대한 처벌로 되풀이 한다면 영원히 챗바퀴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의료정책의 모순에서 비롯된 유통구조의 시스템적 오류를 수정하지 않고는 이 문제는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리베이트의 적정 수준을 정하고 이를 통해 약제비 절감과 제약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실용적이라고 본다.

국내 제약산업을 정확이 들여다 보면 오리지널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해 약효를 증명하는 제네릭 약물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여기에다 생동성시험에 대한 진실성 조차 수차례 문제가 되면서 의사들에게는 더 큰 빌미를 제공했다. 즉 의사들이 미심쩍은 국내산 제네릭 대신 오리지널 약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제약사의 목줄을 더욱 강하게 쥐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경우 신약 연구개발 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리베이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끝까지 투명 마케팅을 고집하다가는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결과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모든 제약사가 공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것은 결국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귀결된다. 병원과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도 정당하게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약사들이 주장하는 성분명 처방도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그 보다 약제비 절감과 제약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리베이트의 양성화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본다.

정부는 이 문제를 처벌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리베이트의 양성화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 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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