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의사협회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강력 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양측 간에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을 성분 기준으로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오는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 국립의료원에서 실시하겠다고 지난 6월 예고한 바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약품을 특정 제품명을 지정, 처방하는 기존 방식을 말 그대로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값싼 복제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 약제비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로 시도되는 정책이다.

변재진 복지부 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시행할 것이라며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예론을 일축했다.

시범사업은 현 정부 임기 내에 그대로 시행하되, 다만 사업 확대 여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결정하는 게 온당하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의료제도를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료정책은 환자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며 의사 윤리상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일단 주수호 회장을 선두로 해서 국립의료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물론 이달 말께 전국적 규모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반대집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실제 시범사업이 강행될 경우에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와 같은 초강경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것이 의약품에 대한 처방 독점권 등 의사사회의 집단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의약품에 대한 권리포기 선언을 하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 조작 파문이 벌어지는 등 의약품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하게 되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었다.

의협 박경철 대변인은 "이 문제는 의사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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