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KBS 2TV "추적 60분"에서 방영한 "엄마의 전쟁, 안궁우황환의 실체는?"과 관련 한의사협회와 한약조제약사회가 벌이고 있는 약화사고 논쟁이다.

한의협은 "약사의 무분별한 한약 취급 부주의가 불러온 명백한 약화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조약측은 "사람의 생명을 해칠 만 큼 위해한 한약조제를 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우리는 심히 우려하는바 한약과 관련한 가장 중심에 서 있는 한의협과 한조약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모두가 남의일 보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게 됐건 환약을 복용한지 3개월 후, 아기는 사경을 해매였고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의사로부터 수은중독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약화사고 논란이 시작됐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먼저 약사가 100방을 벗어난 범위의 환제를 투약한 것은 위법이라는 사실이다. 위법에 대한 처벌은 받겠지만 이런 행위가 그동안 아무런 제약없이 행해져 왔다는 것은 행정당국의 무관심이 이를 방치했다는 반증이다.

이러함에도 방송이 나간 후 한의협은 "약사들의 무분별한 한약취급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약사법 등 관련법령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고, 한조약은 "이번 사고의 핵심은 안궁우황원이 약화사고를 낼 만 큼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것 인지를 가리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찌보면 한의협은 이번기회를 약화사고를 앞세워 한약조제약사에게서 한약을 손떼게 하려는 인상을 풍기고 있으며, 한조약측 역시 책임회피성으로 변질되고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는 한의협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한약재에 대한 품목을 고시하고 반드시 한의사, 한약사 등의 전문가들에게만 엄격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약사법과 관련 하위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 잘 입증하고 있다.

한조약측 역시 "최근 전개되고 있는 여론재판은 자칫 한 약사의 억울함을 묻히게 할 소지가 있다"며 약사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들의 이로운 쪽으로 해석하고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한 아기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놓고 이런 볼상 사나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있으면 안궁우황환이 어떤 약인지, 또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아기들이 복용해서는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안되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그동안의 연구자료 등을 토대로 대국민 홍보에 주력했어야 옳다.

현재 잠재적 문제를 유발 할 수 있는 한약재재가 어디 안궁우황환 뿐이겠는가. 매년 발표되고 있는 한약관련 부작용 사례에 비춰 볼 때 이번 사태는 예삿일이 아니다.

2006년 한해동안(2006.3.1~2007.3.31) 서울(87건), 경인(24건), 광주(11건), 대전(9건),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1건)에서 총 39개 제약사 제품 132건의 한약 및 한약 제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어디 그뿐인가 식품으로 들어와 한약재로 유통되는 것은 고사하고 보따리 장사들에 의해 들어오는 한약재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기에다 불법적인 한약 임의조제, 불법 중국산 한약품 취급 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한약 관련 사고는 곳곳에 내제돼 있다. 이는 그만큼 국민들이 한약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한의협이건 한조약이건 약화사고의 공방전에 앞서 이런 유형의 한약들이 실제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또 유사한 위험성을 가진 한약들이 무분별하게 조제되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일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 해주기를 촉구한다.

특히 한의협의 경우 "일부 약사들의 불법적인 한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로 방송을 통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현재 유통되고 있는 문제 한약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약효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한조약측 역시 자체적인 규명이 어렵다면 한의협은 물론 의협과의 협조를 통해서라도 한약 유통의 위험성을 걷어내야한다.

만약 이런일이 외국인이 당한 사례라면 한의약계가 부르짖고 있는 국제화, 세계화가 과연 먹혀들지 의문이다.

지금 국민은 약화사고냐 아니냐가 아니라 안궁우황환이 인체에 치명상을 입할 정도로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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