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믿을 것이 없다.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가 그렇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계 또한 검은 마수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쪽에선 정-관계 로비를 벌이고, 다른 한쪽에서 의료공백도 마다않고 궐기대회를 해왔던 의료계를 보면서 국민들의 실망감 하락 지수는 아마도 해방이후 최악일 것이다.

마치 정부가 무슨 정책이라도 내놓으면 국민을 앞세워 정책이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의료인들의 그 속내에서 가증스런 밥그릇 싸움의 현실을 보면서 속병이 또 재발하고 있다.

가면을 벗겨 놓은 지금 의료계의 지난날은 국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국민의 희망을 허탈로 만들었다. 몇 번의 의료대란 아픔까지 의료계 보다는 거저 무지한 정부 때문이라고 믿어왔던 수많은 국민은 지금 의사협회가 안겨준 실망감에 분을 삭히지 못한다.

국민보다는 철저하게 정부 정책을 자신들의 배불리기나, 손해보지 않기위해 투쟁하고 로비를 해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민은 뒷전이었고 항상 정부투쟁의 끝에 나타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수억원이나 되는 돈을 만들어 그동안 정-관계를 대상으로 물쓰듯 뿌렸으니, 지금까지의 상당수 정책들이 본래 목적과는 달리 변질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조만간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겠지만 이러고도 할말이 있다면 그것은 의료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정당성은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지 오래됐고, 공신력과 의사에 대한 믿음까지도 깡그리 뭉게졌다. 어찌 보면 모두가 거짓말장이 같이 보인다. 어디 그것이 의료인들 뿐이겠는가. 이번 사건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국회는 물론 관련 부처 공무원들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정책은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입법까지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거치고, 다양한 토론, 관계 단체와의 대화 등을 거쳐 마련되는 것일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대립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경우 타협과 양보를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어느 부처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의료단체들은 입맛에 맏지 않으면 곧바로 대화 창구를 닫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는 정부 압박의 뒷켠에서는 정치권을 요리해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는 방식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국회의원 회관에 의료계 관계자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도 이런연유에서 비롯됐다.

결국 로비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먹이니 효과가 있더라는 것 때문에 모든 의약계가 의정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영수증 없는 돈으로 로비를 벌여왔던 것이다.

돈을 쏟아 부어도 효과가 없다면 굳이 이런 조직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그 액수는 수억원대로 상향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급기야 이런 돈의 쓰임새가 문제가 돼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의료계는 장동익 전 회장만을 욕만 할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아픔으로 환골탈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추된 의료계의 공신력 회복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게된다.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면 의료계의 부르짖음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을 것이다.

이제는 진솔해져야 한다. 무조건 머리디를 두르고 거리로 나설것도 아니며, 밥그릇 좀 더 챙기겠다고 금품로비를 해서도 안된다. 정당한 논리와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한다. 물론 그 속에는 사심이 있어도 안되고 단체간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국민을 팔아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의료계만 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치권도 공무원도 똑같이 변해야 한다. 이번처럼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사실무근이라며 닭발을 내미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의 답습이다. 옛말에 "아니 땐 굴둑에 연기나랴"는 말과 "배 밭에서는 갓근을 매지마라"는 교훈이 있다.

이제 사건의 진실은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며, 정치인과 공무원이 의협의 로비에 어떻게 휘말렸는지, 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각 단체의 의정회 폐지는 물론 회비에서 지출되는 엄청난 자금들이 금은돈으로 쓰여지지 않기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도, 정치권도, 의-약사들도 이제는 진정한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는 지난날의 허울을 벗기를 바란다.

지금 이런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 사건은 불과 얼마가지않아 또 다시 메가톤급 사건으로 의료계를 발칵 뒤집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사건이 식으면 언제그랬냐는 식의 님비현상이 곧바로 살아나기 때문임을 반드시 가슴속에 각인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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