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는 닥쳐야할 일이지만 이번 한미 FTA 타결은 국내 제약산업이 정면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없는 가운데 빅딜의 희생양이 됐다."

한미 FTA 타결 이후 국내 제약업계에 불어닥친 쓰나미형 고민은 단순한 제약업계 판도변화가 아닌 "몰살"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이미 이러한 우려는 한미 FTA 협상 전부터 거론됐었고, 협상기간 내내 제약협회가 나서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우렸지만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끝났다.

정부가 이번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보상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를 약속하긴 했지만 제약회사들은 국내 의약품시장이 거대한 미국 의약품 시장과 자본에 잠식되지 않을까 큰 걱정을 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걱정은 현재도 심화되고 있는 국내 제약사의 다국적 제약사의 대리점화가 고착화돼 오히려 국내 제약산업을 몇십년 뒤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 올 것 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제약산업의 잠식으로 보권주권이 흔들리는 결과는 물론 국민의 생명을 놓고 그들과 흥정을 일삼아야 하는 일이 번번히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단순 피해는 업계가 피나는 노력으로 일정부분 만회하면 되겠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전반전인 장애적 변화를 몰고 올 갑작스런 퇴보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제약산업은 알다시피 이제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쟁력을 앞세워 다국적 제약사에 내줬던 시장을 찾아가는 중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여기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고 비록 오리지널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올인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기지개를 펴고 정면승부수를 던진 국내제약산업은 한미 FTA 타결로 발목이 아닌 목이 졸렸다.

신약의 임상시험 자료는 5년간 공개하지 않고, 특허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면 그 기간만큼 특허권을 더 인정해주기로 한 것은 국내 제약산업을 꽁꽁 묶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미국 제약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 10개월간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판매도 중지되는데다 신약 개발자의 동의 없이는 복제약 출시가 그만큼 지연될 수 밖에 없어 심심찮게 특허권 소송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지금도 국내 제약사들은 심심찮게 재론되는 다국적제약사와의 특허권 분쟁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번 협상의 결과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기존 특허기간보다 5년 늘어난 특허보호 혜택을 누리는 반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과 개량신약을 생산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는 "신약개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서 일단 한미 FTA 타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업체는 전체 매출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위제약사가 될 수 있다.

이들 상위 제약사의 경우 개량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나 되는 데다, 선두를 달리는 제약사들은 전체 매출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를 넘어서고 있어 이들 제약사가 흔들릴 경우 국내 제약산업은 순식간에 슬림화 현상을 겪게된다.

결국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진입에 제동이 걸리면 국민들은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비싼 약값 부담까지 안게된다

정부도 이번 한미 FTA 타결이 복제 의약품 중심의 국내 제약사에겐 당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큰 피해규모 산정에서는 양측의 추산이 찬차만별이다. 환자에게 연간 1조 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업계와 시민단체가 주장하자, 복지부는 잘못된 계산에 따라 부풀려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시민 장관은 복지부는 당초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협상 결과 우리측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돼 예상 피해 규모가 연간 천억 원 이하로 대폭 줄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의 해결책으로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내수 시장에 치중된 국내 제약사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신약 개발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데다 설령 개발했다 치더라도 거대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다국적국가들이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국 국내 연구진들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면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버릴까봐 일부분 돈을 주고 기술을 사서 휴지화 시키는 기존의 관행에 더 혈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정책에서 벗어나 국내 제약산업의 전반적인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의 투자를 아까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약업계도 몰아닥친 쓰나미에 망연자실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제약업계와 정부는 국내제약산업의 활로를 찾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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