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관은 한의사협회를 대변하는 것입니까." 16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일부 한약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은, 납 등 중금속과 심지어는 코카인까지 검출됐다"는 조사결과에 유시민 장관이 해명하면서 나온 설전의 마지막 풍경이다.

물론 장관으로 임명된지 얼마되지 않아 서각(코뿔소 뿔)조차 모르는데 한의약계의 전반적인 실태를 알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이날 유장관의 발언은 한의사협회 대변자 질잭을 받고도 남음이다.

한약재건 조제 한약이건 중금속 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었던 분야다. 적어도 유 장관을 빼 놓고는 한방관련 부서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한약 부작용 문제는 지난해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한 충돌을 빚었고 지금도 불꽃만 튀기면 금방 재론될 사안이다. 어디 그뿐인가. 소보원, 고려 수지침학회, 독성연구원 등등서 수시로 문제점을 거론 했었다.

만약 복지부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책을 강구했다면 이번 문제가 그렇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이번 문제도 복지부나 한의협 모두가 국민의 건강권 보다는 일부라는 점을 들어 오히려 떠벌리지 말라는 수준이다보디 국민들이 열받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부가 아니라 상당수다. 이날 정 의원의 질의에 유 장관은 "한약은 과학화·객관화를 통해 좀 더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일부 한의원의 경우를 가지고 한약 전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말아 달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조사대상 264곳 중 76곳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 장관의 이런 식견은 "일부"는 보고 "264곳 중 76곳"은 보지 않는 우스운 꼴이됐다. 이유야 어찌됐건 의약품 공인시험기관인 랩프런티어와 인하대 한약성분 분석결과는 국민들에게 충격적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장관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지적은 하나마나다. 장관이 실행할 생각이 없는데 아무리 지적을 한들 현재의 수준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일부라고 하는 서울 소재 한 한의원이 제조한 한약에선 기준치의 2,140배나 되는 수은이 검출됐고 또 다른 한의원 두 곳의 한약에선 기준치를 넘는 비소와 납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의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만약 전체 한의약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벌인다면 더 나왔으면 더 나왔지 지금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복지부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부서다. 그것을 망각하다보니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폐지라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라고 본다.

중국산 한약재 수입은 또 어떤가. 이미 국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어 국내 사용량까지 급증하고 있는데도 중금속 함유 등에 대한 우려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랩프런티어 조사에선 한약제품 123개 가운데 21개에서 수은, 납 등 맹독성 성분이 나왔고, 인하대 조사에서는 146개 중 3분의 1가량인 55개에서 코카인 살충제 등 부적절 성분이 나왔다.

이걸보고도 놀라지 않는 유 장관은 강심장을 가졌거나 국민의 건강을 남의 일보듯하는 아주 부적절한 식견을 가졌다고 볼수 밖에 없다.

따지고 본다면 한약은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는 대전지법의 판결이 나왔을 때 정부가 앞장서 의약품이라고 할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약은 그에 상응하는 효능,효과와 함께 부작용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한약은 왜 안하는지 그것은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없다면 몰라도 현저하게 부작용이 있고 그런 사실들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복지부는 이제 대답을 해야한다.

부작용은 그 상황에 따라 경고도 되고 리콜도 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한약을 먹고 어떤 부작용에 시달리는지도 관련 당국이 모른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국제화 세계화 하면서 이런 부작용 문제가 국제문제로 비화된다면 한약의 생명은 끝이되지 않으면 영원한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미국등이 대체의학을 앞세워 전세계 한약재의 배양 엑기스를 만드는 이유도 우리가 하지 못한 한약의 과학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일게다.

한약은 다르다. 이것은 비방이다. 한약은 과학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체질에 따라 다르니 과학화는 할 수 없다는 등의 수식어는 이제 접어야 한다.

고개돌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부작용으로 인해 수억원의 소송이 나고 있는가 하면 한약재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약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가 토양이, 공기가, 수질이 변하고 유통과정과 조제-제조방법이 달리지고 있는데 아직도 천년전의 의서에 매달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 아닌가.

이제 한약재 안전을 담보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철저한 단속을 통해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가 터지면 야단 법석을 떨다가 돌아서면 그만 이었던 과거의 잘못이 이번 만큼은 제발 답습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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