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은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처음부터 정책 입안이 잘못됐던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운영을 잘못했던지 둘중 하나다. 국민건강의 최 선봉에 서 있는 공단의 존폐여부가 담배값에 목숨을 거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쪽에서는 계속 담배를 피우라며 새로운 담배를 연일 만들어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흡연자를 마치 법죄자 취급하며 담배값이라도 올려 건보재정을 충당하려 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봐도 웃을 이런 일을 국가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장병완 기획예산처장관이 지난달 28일 "담배 가격 500원이 인상되지 않으면 7,0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는 또 "담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사업을 축소야 한다"며 "그럴 경우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노인전문병원을 세우거나 암 검진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나 시급했으면 기예처 장관이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해도 되지만 정부가 건보재정의 근간을 담배값 인상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에 정신을 쏟을 것이 아니라 그만큼 해악이 있는 담배를 생산하는 공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공장을 철수 하던지 아니면 그 해악 만큼 돈을 내놓아 한다. 공장 폐쇄는 흡연율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반대로 계속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출을 통해 건보재정을 튼튼히 하면 되는 것이다.

담배값 인상만을 목메는 복지부 때문에 요즘 항간에는 담배피우는 사람을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건보재정을 탄탄히 해주는 애국자라는 이야기 까지 나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빠른 시일내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한다. 웃기는 예기 같지만 북한에 연간 1조가 넘는 돈을 퍼주는 것을 건보재정으로 돌리면 꿩먹고 알 먹는것 아닌가.

13일 국정감사에서 쏟아진 야당 의원들의 답배값 인상 반대 이유에는 정부 정책의 심각한 문제들이 속속 들춰졌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복지부가 흡연율 감소 영향을 고의적으로 과장해 발표했다"며 "정부가 담뱃값을 추가인상하려는 것은 건강증진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편법이자 미봉책"이라는 주장은 담뱃값 추가인상을 위해 복지부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정부는 내년도 담배반출량을 과소추계했을 뿐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 국고 지원의 책임을 방기하고 담뱃값 인상이나 보험료 인상과 같은 방법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완 의원도 복지부의 발표를 인용해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지난해 9월 50.3%에서 올해 9월에는 45.9%로 줄었지만, 담배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훨씬 늘었다며 흡연율은 줄었는데 어떻게 담배판매량이 늘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안명옥 의원도 "담뱃값 인상과 같이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은 공정한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등 담뱃값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록 야당 의원들이라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면 건보재정은 언제라도 파탄에 이르고 만다. 국민들은 "재정 위기가 또 오는 것인가"라며 걱정을 한 두번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안이하게 보험료와 담배값을 올리면 되고 모자라면 국고 가져다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큰 착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전직 복지부 장관 중에는 답배값 인상을 통한 건보재정 충당이 대단한 정책의 입안인 것처럼 자시의 치적처럼 자랑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나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선 시행 후보완이라는 명분에 밀렸다. 결국 건보재정은 파탄을 맞았고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대거 퍼 날랐다.

알려진대로 정부는 1조원대였던 지원금을 2001년 2조6,000억원으로, 2002년 3조원으로 늘려 적자를 메워줬다. 따지고 보면 아랫돌 빼서 웃돌괴기가 아닌가. 정부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다. 무조건 추진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복지부가 매일같이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요인이라면 이것도 착각일까. 제발 꼼수 없는 정책 입안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

정책의 실패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확장예산을 미리 편성해 마구 지출한 잘못에서 비롯됐다.

“다년간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담배값 인상이 담배반출량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정부는 현재의 담배값 인상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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