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약값 재평가" 제도의 개정 작업을 중단했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약값 재평가 제도와 관련해 미국 쪽에 양보한 것은 없다며 미국 연방의회조사국 보고서도 잘못된 내용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복지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의약주권까지 빼앗기는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심지어는 건강보험 체계와 의료서비스 시장의 골격을 뒤흔들 수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즉 정부의 약값 재평가 포기는 건보 가입자인 전 국민이 부담하는 약값을 우리정부가 아닌 사실상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이태복 전 장관의 낙마는 물론, 다양한 형태로의 다국적사들의 압박으로 심지어는 의약(보건)식민지라는 오명까지 달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사실로 나타날 경우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대신 약값 인하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국민부담 완화를 양보한 것이라는 국민적 저항을 받게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연방의회조사국(CRS)에 제출한 "한미 관계-에프티에이를 위한 협력·마찰·전망" 보고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보고서는“2005년 10월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가까운 장래에는 약값 재조정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미국 정부에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아니라 약값 재조정 결정에 대해 미국이 따질 수 있도록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기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미 무역대표부는 그동안 의약품 문제 등에서 진전이 없는 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해 왔고 지금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2002년 약값 재평가 제도를 도입할 때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줄이고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한 것임이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런 지적은 정부가 제대로 대응은 하고 있겠지만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미국측의 음모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잘 알려진대로 연간 8조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의 다국적 제약사들의 점유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는 현재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었으며, 로열티 지급방식의 간접적인 점유까지 포함하면 절반은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에 항복한다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와 비례해 우리는 보건주권까지 잃는 가슴 아픈 결과를 자처하고 만다.

우리는 정부가 약값 재평가 제도와 관련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국 쪽에 양보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보건주권을 잃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목숨을 미국측에 담보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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