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이것은 자식의 생식세포를 통하여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유전 형질(눈, 피부, 얼굴생김, 성격, 체격, 체질 등)을 계승ㆍ유지하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현상을 유전이라 한다. 유전에 의해 형질이 전달된다고 하나, 부모의 형질이 직접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고, 형질 발현의 기본이 되는 유전자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다.

유전자는 멘델(J.G.Mendel, 1822-1884)은 오스트리아 수도원에서 약 8년간에 걸친 완두콩 교배 실험 결과를 모아 유전의 기본 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댱시 멘델은 유전하는 것은 부모의 형질 자체가 유전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있는 어떤 특정 인자로 생각했다. 그후 1909년 요한센(W. L. Johannsen)이 이 특정 인자를 독일어인 Gen이라는 독자적 용어로 명명했는데, 영어로는 Gene, 우리말로는 유전자라고 부르고 있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인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세포인데, 이 세포는 수정란이라고 하는 1개의 세포로부터 파생된다. 수정란이란 양친 각각으로부터 받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된 1개의 세포다. 생명 현상을 영위하는 최소 기능 단위가 세포이며, 사람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인체의 생명은 세포라고 하는 약 60조 개의 방에 나누어져 보관ㆍ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체의 각 세포 안에는 하나의 핵이 들어 있는데 이 핵 안에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유전자의 물질적 실체가 데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즉 DNA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이후 거의 모든 생물학은 분자생물학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DNA는 5탄당인 데옥시리보스(deoxyribose) 와 인산(phosphate)이 결합되어 생긴 2개의 기둥 사이에 4가지 염기인 아데닌(Adenine),구아닌(guanine),시토신(Cytosine),티민(Thymine),이 서로 짝이 되는 염기하고만 가로로 연결되어 사다리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아데닌(A)은 티민(T),구아닌(G)은, 시토신(C)과 언제나 짝이 되어 쌍을 이룬다. 이 사다리는 나선상으로 꼬여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DNA구조를 이중나선구조라 한다. 이중 나선형의 구조는 다시 여러 단백질과 결합하여 염색체(chromosome)라고 한느 특수한 구조로 핵 속에 존재한다.

염색채는 세포분열시 특수한 염색에 의해 광학현미경으로 관찰 되는 구조이며, 하나의 핵 안에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DNA는 핵 안에서 소립상의 염색질(chromatin)로 산재되어 있는데 세포분열이 되면 실처럼 구부러지고 촘촘히 감겨져서 사람의 경우 46개의 굵고 짧은 염색체가 형성된다.

이가운데 44개는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염색체가 2개씩 쌍을 이루고 있다. 이 22쌍의 염색체를 상영색체(常染色體,autosome)라 하고 길이의 순으로 1번에서 22번까지 번호를 붙여 구별하는데, 개인의 다양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나머지 2개인 23번 염색체는 남녀가 다른 성염색체(性染色體,sex chromosome)로 남성, 여성을 결정하는 염색체이다. 성염색체는 X 와 Y염색체를 1개씩,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22쌍의 상염색체와 남성은 XY성염색체가 있고, 여성은 XX성염색체가 있는 것이다.
(그림 1)

쌍을 이루는 염색체는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것이다. 그래서 46개라는 숫자는 부친으로부터 받은 23개(22개 +X 또는 Y) 와 모친으로부터 받은 23개(22개+X)의 합계다.

사람의 세포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총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 세포 1개가 갖고 있는 DNA 두 가닥 중 한 가닥을 풀어서 실처럼 늘어뜨리면 약 1.0m 에 이른다. 하나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DNA의 절반은 길이가 1.0m나 되지만 규칙적으로 접히고 꼬여 응축된 상태로 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작은 핵 안에 보관될 수 있다.

이같은 긴 DNA가 모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는 아니다.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들은 DNA의 이중 나선 길이를 따라 띄엄띄엄 떨어져 존재하고 있는데,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조각의 각 단위를 유전자라고 한다.

이 유전자라고 하는 블랙박스 내에 생명의 비밀이 들어 있고 현재의 모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DNA는 쉽게 변하지 않는 성질을 작고 있으며 물리ㆍ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다. 인체 세포 한 개가 가지고 있는 DNA는 총 30억 쌍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23쌍의 염색체에 나누어져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긴 나선상의 구조 중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조각, 즉 유전자는 2만 6천 ~ 4만 개 정도를 추정된다. 최근에 분자 생물학, 특히 유전자 검색법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미지로 남아 있던 만흥 암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암의 원인이 유전자의 이상으로 밝혀지고 있다. 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인체의 여러 암에서 암 유전자가 발견된 1982년부터이며, 그 후 새로운 암 유전자를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에 의해 현재까지 약 100여종의 암 유전자가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여러 가지 암 유전자가 과발현되어 있는 것이 밝혀져 있다.

암 억제 유전자는 이들이 세포로부터 소실되었을 때 확인되기 때문에 실험 방법상의 어려운 문제로 인해 암 유전자가 발견된 지 1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서 알려지게 되었다.

1980년대가 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유행병처럼 번지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암 억제 유전자가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등장한 시대였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되는 데 관하여는 중요한 유전자는 암 유전자(oncogene)와 암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인데, 이 유전자들은 세포의 정상 활동에 꼭 필요하며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암 유전자는 정상세포의 분열 및 성장을 적적히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 명칭과 달리 세포에서 암을 유발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유전자는 아니며, 이들의 기능이 증폭되거나 돌연변이에 의해 활성화되면 정상세포가 정상으로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다. 정상 상태에서 무분별한 세포의 분열 및 성장을 억제하여 암 발생을 방지하는데, 어떤 이유로 이들이 기능을 상실하면 일부 조직이 지나친 성장을 하게 되어 암이 발생한다.

암은 이와 같이 세포 내 특정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들 유전자의 이상을,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암 유전자는 자동차의 가속 페달로, 암 억제 유전자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페달로 가각 비유한다. 정상적인 우리 몸은 이 두 유전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자동차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기능에 혼란이 오면 속도 조절이 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하듯이, 이 두 유전자의 균형이 깨어지면, 다시 말해 암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암 억제 유전자가 소실되면 암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한 개의 암 유전자 또는 한 개의 암 억제 유전자의 변화가 단독으로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식생활 및 각종 발암물질 등의 환경인자가 암과 관련된 여러 개 유전자들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켜 암을 일으킨다. 이처럼 암 발생에는 유전자와 환경요인이 함께 관여한다. 유전자가 화약이라면 환경인자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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