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말에 의하면 태대대로 대감께서 운명하시면서 도교를 내쫓고 불교가 왕성해야 한다는 유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렇지만 남생이 있지 않습니까."
신성의 말에 혜량은 펄쩍 뛰었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신성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연정토 장군이 누구십니까. 연개소문의 동생이 아니옵니까. 당나라와 싸울 수 있는 분은 연정토 장군밖에는 없소이다."

"소승이 뭣을 알겠습니가?"
"그게 아닙니다. 지금 남생은 아직 나이가 어려 당 나라가 침범하면 어찌 합니까. 그리고 당 나라의 도교가 고구려에 들어와 불교는 숨을 못 쉬고 있지 않습니까. 연정토 장군께서 막리지에 오르시면 마땅히 불교가 성행하고 소승도 고구려에 와서 신성 스님과 함께 여생을 보낼까 해서요."

신성 스님은 혜성 스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혜성은 이미 신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어요. 어서 연정토 장군께 말씀 드리고 보장왕을 움직여 보세요?"
"소승의 힘이 미칠지 걱정이옵니다. 소승이 연장군의 마을을 떠보고 오리다."

혜성은 신성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성은 횅하니 연정토의 집으로 동동 걸음을 했다. 마침 연정토는 대궐로 들어가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신성 스님, 어서 오십시오."
연정토는 언제나 신성이 오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장군, 태대대로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으니 나라의 장래가 어둡습니다."
"그렇소이다. 형님께서 세상을 떠나기고부터 마음이 울적해서 그렇지 않아도 바람이나 쏘일 겸 스님을 찾아 가려든 생각이었소."
"장군, 그런데 막리지 자리는 장군께서 맡으셔야지요."
"무슨 말씀입니까. 조카가 있지 않습니까?"

연정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소이다. 태대대로님의 아들은 아직 애송이올시다. 장군께서도 아시다시피 당 나라는 태대대로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쳐들어 올 것입니다. 누가 막을 것이며, 신라 또한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장군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신성의 말을 듣고 있던 연정토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장군, 한숨을 쉴 것이 아닙니다. 장군께서는 막리지를 하겠다고 말씀하셔야지요."
"아니 될 말이오. 형님께서 아들 남생을 부탁한다는 각별한 부탁이 있었소이다."
"그래도 지금은 조카에게 물려 줄 것이라면 조금 더 남생이 국정을 익힌 다음에 몰려 주셔도 될 일이 아닙니까."

연정토는 말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아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흑벌무나 선도해, 그리고 양만춘 장군이 운명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은 남생의 앞날을 지켲자고 손을 잡고 맹세하는 것을 보았다.

"소승이 대왕마마께 진언라리다."
"고맙소이다."

신성이 집을 나간 후 연정토는 곰곰히 생각했다. 남생이 아직 막리지가 될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남생을 어릴 때부터 업어주고 사냥을 데리고 다녔기에 나이가 서른이 넘었어도 항상 어리게만 보였다. 나는 고구려의 장수요. 내 수하에는 3천 명의 졸개가 있다는 것이 마음 든든했다. 일단 막리지로 연씨의 가문을 지킨 다음 자신이 국정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에 조카에게 물려 주어도 될성 싶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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