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량은 신성의 말에 연개소문에 대해 열심히 물었다. 어제 밤에 죽었으며 거짓말도 보태어 유언까지 늘어놓았다. 혜량은 그 이틑날 아침에 금강산으로 들어간다며 바랑을 챙겼다. 혜량은 신성과 헤어지자 곧바로 신라로 넘어가 문무왕을 배알했다.

"승통 혜량 스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신라에서는 혜량을 승통으로 불렀다.

"대왕마마, 기뻐해 주시옵소서.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죽었다고 하옵니다."
"연개소문이...."
"그러하옵니다. 대왕마마"

혜량은 문무왕의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연개소문이 죽었다면 당 나라가 틀림없이 고구려를 넘볼것이오. 당 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써서 뺏는 방법이 없을까."

문무왕의 말에 혜량은 한참 동안 생각하더디니 나직이 대답했다.
"대왕마마, 비록 연개소문이 죽었다고 하나 아직 고구려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오나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그 방도가 무엇이오."

문무완은 혜량스님의 방도를 듣기 위해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자기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것이 옵니다."
문무왕의 눈이 더욱 커졌다.
"연개소문에게는 연정토라는 아우가 있습니다. 또한 연개소문의 아들이 셋이 있아온데 이들 삼촌과 조카를 서로 막리지 자리를 놓고 싸움을 붙이는 것입니다.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는 아주 욕심이 많고,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입니다. 그리고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은 본실의 아들이고 남건과 남산으느 첩의 아들이온데 우선 삼촌과 조카를 싸움 붙인다음, 본실의 아들과 첩의 아들과 싸움을 붙이면 자연 고구려는 망하게 되옵니다. 그 때 쳐도 늦지 않습니다."

혜량의 말에 문무왕은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승통의 계책은 참 좋소이다만 그 일을 누가 한단 말이오."
"소승이 해 보겠습니다. 만약 신라가 개입을 하면 고구려는 당장 눈치를 챌 것입니다. 고구려에는 당 나라에서 들어온 도교가 불교를 내쫓고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소승의 친구 중에 소승과 수도를 닦던 스님이 한 분 있습니다. 그 스님과 연정토를 아주 가까운 사이로 스님의 말이라면 연정토가 콩을 팥이라 해도 믿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승통께서 만나보시는게 어떻겠소?"
"그렇게 하지요."
"수고스럽지만 이 일은 국운이 걸려 있는 일이외다. 모든 일을 승통이 알아서 하시오."
문무와의 명을 받고 물러난 혜량은 즉시 고구려로 잠입해 들어갔다.

"금강산에 갔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불자들이 금강삱으로 쫓겨와 있는데 모두 신성 스님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혜량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저를요?"
"그렇습니다. 스님과 가까운 연정토 장군이 정권을 잡으시면 다시 불교가 왕성하게 될 것입니다. 연정토 장군께서는 도교보다 불교를 더 숭상하고 계시니까요."

혜량의 말에 신성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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