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유명한 유전학자인 뮬러(Muller)는 염색체 양 끝에 특수한 구조가 존재하며, 이 구조는 DNA가 서로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여 염색체의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염색체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뮬러는 이 구조를 염색체의 끝에 있다 하여 텔로미어라고 명명하였다. 텔로(telo)는 영어의 end란 뜻의 희랍어 telos에서 유해하며, 미어(mere)는 영어의 part란 뜻의 희랍어 me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텔로미어(Telomere)는 말단 부위란 뜻이다.(그림1)

인체의 각 세포 안에는 하나의 핵이 들어 있고, 이 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이 염색체는 실처럼 가늘고 긴 DNA(핵산)라는 물질이 규칙적으로 꼬여서 형성된 것이다. DNA는 아데닌(A),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고 하는 4개의 핵산 염으로 구성되어 있다.

1978년 미국인 학자 블랙 번(Blackburn)은 연못에 사는 작은 미물(Tetrahymena라는 단핵세포)의 염색체 끝에 존재하는 텔로미어의 구조가 예상 외로 아주 짧고 단순한 염기 배열이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후 여러 과학자의 연구 결과 사람의 테로미어느 4개의 핵산 염 중 주로 T와 G가 여러 번 반복되는 구조, 즉 TTAGGG라른 6개의 염기 서열의 짧은 DNA조각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 인간 세포의 각 염색체의 양 끝에 존재하는 텔로미어는 TTAGGG라는 6개의 염기 서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데, 세포가 젊은 시기에는 이러한 염기 서열이 약 1,000개 이상 있다. 정상인의 경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10~20개의 염기를 소실하게 되어 그 길이가 점점 짧아지게 된다. 이처럼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서 세포는 노화한다. 약 50~100번 정도 분열하게 되면 텔로미어가 모두 소실되고, 테로미어가 모두 소실되면 그 다음에는 염색체가 손상을 받아 결국 노화되어 죽게 된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각각의 세포가 앞으로 몇 번을 분열하고 사망할 것인가를 나타내므로 이로써 각 세포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는 노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생체 내 분자 시계인 셈이다.

이제까지 연구에 따르면 조로증(早老症)인 프리게리아(progeria)환자의 평균 수명은 12년 8개월이다. 어린 시절이 없이 빨리 늙어 버리는 이들 환자가 지닌 텔로미어는 보통 사람과 비교할 때 선천적으로 짧다. 이처럼 텔로미어가 짧으므로 수명도 단축된다.

1996년 7월 5일 오후 4시 영국 에딘버러에 있는 로슬린(Roslin)연구소의 이안 윌멋 박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복제 양(羊)돌리(Dolly)가 정상적으로 태어난 양보다 빨리 늙어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복제 양 돌리의 수명이 짧아져 일찍 죽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같은 또래 양들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이다. 복제 양 돌리라는 이름은 6살난 어린양의 유방(乳房) 세포에서 복제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젖가슴이 큰 것으로 유명한 미국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세포는 보통 분열하는 횟수에 한계가 있어 일정한 생존기간이 정해져 있는 반면, 암세포는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다시 길게 해주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활성화됨으로써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노화 과정이 봉쇄되면서 암 세포는 죽지 않고 무한정 세포분열을 일으켜 겉잡을 수 없이 증식하게 된다. 즉 암세포는 세포의 수명을 알려주는 텔로미어 시계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제때에 소멸되어야 할 세포들이 소멸되지 않아 발병하는 것이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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