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옥은 손님과 마주 앉아 커피 마시는 것을 금했다. 행여나 손님과 차를 마시다가 눈이 맞으면 바람이라도 날까봐 언니는 처음부터 다짐을 받아냈다.
어느 날 훈이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언니는 화를 내며 나오지 말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로부터 미옥은 훈이가 와도 자리에 앉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이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곤 했다.

미옥은 그때의 생각이 났던지 웃었다. 인연이란 참 이상하다며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훈이의 손을 끌어다 볼에 갖다댔다.

“참 이상하죠?”
“뭐가?”
“당신의 손만 잡아도 이상하거든요. 남편은 근처만 와도 소름이 끼치니 말이에요. 정은 멀리 가버린 지 오랩니다. 정은 하나밖에 없나 봐요. 당신에게 주고 나니 다른 곳에 줄 정은 없어졌지 뭡니까?”

미옥은 혼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훈이도 사실은 미옥을 알고부터 부인과는 정이 떠난지 오래였다. 나이 50중반에 일주일에 한 번씩 미옥과 정을 나누고 가면 부인이 옆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아내는 잠을 자다가 남편의 고추를 만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만지면 금방 고개를 쳐들었지만 남편의 그것은 일어날 줄 몰랐다.

“애인이라도 생겼어?”

아내는 불쑥 말을 뱉어 놓고 돌아누웠다.

“이젠 나이를 가리키는가봐. 한약이라도 한 첩 먹어야 될는가봐.”

훈이는 입버릇처럼 자신의 몸이 몹시 쇠약하여졌다는 것을 애써 보이려했다.

“분명히 쏟아놓는 데가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두 달이 지나도 근처에도 오지 않잖아요.”

아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친구 혜자 한데 전화까지 했다. 남편은 고개 숙인 지 오래라며 한약이라도 먹여야 될 것 같다고 늘어놓았다.

혜자는 비아그라를 먹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자기 남편도 가끔 이용한다고 했다. 신문에서는 비아그라를 먹고 그게 죽질 않았다는 기사도 있는데 잘못하다가는 그꼴이 될까봐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합정동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남진보(男眞寶)라는 한약을 먹여보라고 했다.

값이 3백만 원이라서 그렇지 총각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총각을 만들어 주어도 걱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바람기가 있었다는 것은 시어머니로부터 여러 차례 들은 일도 있었다. 집에 쌀 한 톨이 없어도 계집애라면 사족을 못 쓰고 같이 도망한 적이 있다고 했다.

6개월이 지나 임신한 처녀를 데리고 와서 결혼시켜 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양식이 떨어진 마당에 결혼시킬 능력도 없고 해서 집안 살림 이야기를 했더니 아기를 유산시키고 헤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훈이가 군에 가고 없을 때 어떤 처녀 하나가 집으로 찾아 왔었다고 한다. 훈이와 하루 밤을 지낸 적이 있다고 했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문안을 드리곤 했다.

처음에는 저렇게 못생긴 여자를 알게 되었느냐고 한숨도 쉬었지만 마음씨가 비단결 같고 돈을 가지고 와서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 바치곤 했었다. 밤이면 외롭다며 어머니 곁에 누워 이야기 동무가 되어 주었고 발까지 씻어주어 차츰 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기를 3년이나 했는데 군대에서 제대한 후 얼굴이 못생겼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때리고 하여 결국 헤어지고 말았지만 어떤 일이 있었어도 아들과 결혼을 시켰어야 했다며 후회하곤 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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