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한 사람의 진료비가 18억여원이라는 우리나라 의료사상 최고 액수가 나와 진료비 삭감과 적정요양급여기준을 놓고 병원과 급여당국이 또 한번 설전을 벌이게 됐다.

이는 지난 2003년에도 건보공단이 당시 3살난 박 모군의 혈우병 치료 진료비 지급을 놓고 삭감을 선택 10억2,000만원을 보험급여로 지급(본인부담 상환제 시행 전)한바 있기 때문이다.

경희의료원(경희의료원#이고시오)은 지난해 8월부터 97일 동안 혈우병으로 입원한 37살 배 모씨의 진료비 18억7,100만원(정산 진료비 18억8,100만원)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급여로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인 배 씨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덕분에 전체 진료비 18억8,100만원 중 1,000만원만 부담했다.

병원측은 이처럼 고액의 치료비가 청구된 것은 혈우병 환자의 경우 출혈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1회 투여에 640만원의 고가인 "노보세븐" 등의 약품을 장기간 계속적으로 투여했기 때문이라고 빍혔다.병원 관계자는 "혈우병 치료에 드는 약값이 너무 비싸 급여 청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혈우병 진료비의 상당액을 삭감 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신경을 써서 약을 적게 쓰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환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와관련 심평원측은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달 중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의료진이 요양 급여기준에 따라 규정에 맞게 약을 처방했는지 등을 중점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혈우병은 한 번 피가 나면 좀처럼 멈추지 않는 선천성 질환으로 배 씨는 관절에서 피가 나는 증세로 지난해 8월 경희의료원에 입원했으며, 국내에는 약 1,700명의 환자가 있다.

한편 배씨는 관절 재활치료를 더 받아야 하지만 진료비 과다 및 삭감의 이유로 퇴원조치됐고,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참고]
-혈우병이란 어떤병인가-

혈우병이란 섬유소 망이 적절히 만들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섬유소 망이 없이는 혈소판 마개는 떨어져 나가 버려 출혈이 계속 되는 것이다.

혈우병 증세 하에서는 14가지의 응고인자가 적절히 작용하지 않는다. 혈관이 손상 받을 경우 보통은 혈관이 수축하며 혈소판이 마개를 만들게 된다. 응고인자는 각기 다른 지시를 하기 시작하는데 예를 들면, 인자 Ⅲ 은 인자 Ⅶ 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혈우병의 경우에는 뭔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다음번 인자에게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며, 이로 인해 나머지 인자들이 이러한 명령전달 작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섬유소 망의 생성은 멈추게 되고 출혈은 계속 되는 것이다.

혈액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위해 음식과 산소를 운반하며, 독극물질과 노폐물을 제거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액이 필요하다. 출혈로 인하여 혈액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우리의 몸은 스스로 지혈을 함으로써 출혈을 치료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지혈을 할 수 없는 혈우병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한다. 혈우병이란 일종의 혈액질환으로 혈액이 적절히 응고되지 못하는 병으로 보면된다.

혈우병은 반성 유전을 하므로 대부분 보인자인 어머니로부터 아들에게로 유전되고 외삼촌 가운데에 환자가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20-30%에서는 가족력이 없이 돌연변이로 발생되기도 한다. 발생 빈도는 출생 남아 7,000-10,000명 당 1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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