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이 때문에 나타나는 다빈도 약 독과점 현상 심화에다 특허권 공방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제약식민지화는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사와의 특허권 분쟁으로 제약산업의 발전보다는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약값 5조2,076억원 중 다국적제약사의 청구액은 무려 1조5,221억원(29.3%)을 육박했다. 반면 400여개인 국내 제약사의 청구액은 3 조6,855억원으로 70.7%에 머물렀다.

국내 제약사의 점유율은 2000년 77.8%(1조2821억원), 2001년 75. 9%(2조7250억원), 2002년 73.7%(3조2801억원), 2003년 70.7% 등 의약분업이 시작된 지난 2000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이 기간 외국사 점유율은 22.2%에서 29.3%로 급증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산업의 안방을 다국적제약사에 내주고 있는 현상에 편승 제네릭 제품에 대한 특허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투자되는 신약개발보다는 특허권이 만료되는 약에 대한 제네릭 제품 생산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만료 약 조차도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 때문에 심심찮게 특허권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승소하는 예도 있지만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보게된다. 이미 대웅제약이 한국화이자에, 하나제약 및 아주약품이 GSK에 패소한바 있다. 설령 소송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송사에 허비해야 한다.

CJ의 경우 지난해 7월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제네틱스인스티튜트(GI)와의 빈혈치료제에리스로포이에틴(EPO) 제조법 특허분쟁에서 7년간 4심까지 가는 팽팽한 대립 끝에 승소했다.

CJ는 1심에서 GI에 패소한 후 2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3심에서의 파기환송판결에 대해 이번에 다시 CJ가 재소송, 원고 승소판결을 받은 것.

종근당은 지난1월 노바티스와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에 대한 5년간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반대로 대웅제약은 지난 1월 한국화이자제약과의 항진균제 푸루코나졸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패소해 오는 4월15일까지 54억4,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또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은 항구토제 "온단세트론(제품명: 조프란)"에 대해 보령제약과 한미약품, 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을 상대로 지난 2월말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온단세트론을 둘러싼 특허침해금지 소송은 국내에서 이미 두 차례나 있었으며, GSK는 2001년에 하나제약, 2003년에는 아주약품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금지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외제약이 한국MSD에 대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피나스테리드(피나스타정)에 대한 특허소송 1심에서 승소하자, 뒤이어 16일 한국MSD가 서울고등법원에 즉각 항고한 상태다.

특히 허허분쟁과 비례해 나타나는 다빈도 약 독과점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청구액 상위 100대 의약품중 거의 절반인 46개 품목, 상위 10대 의약품중에선 무려 9개 품목이 다국적 제약사 제품으로 다빈도 약은 실질적인 독·과점상태를 공고히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순 의원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동 남아국가들처럼 제약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약효가 인정된 국내 제약사 카피약의 사용을 유도하는 등 다양 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정이 신약개발 보다는 특허만료 제네릭 제품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특허권 분쟁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이미 국내 제약시장의 다국적 제약의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우리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약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며 "만약 다국적 제약의 독과점 양상을 이대로 계속 둔다면 결국 정부의 약값 통제권까지 읽게 되는 큰 문제가 유발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약분업 이후 줄을 잇고 있는 특허권 분쟁과 다국적 제약의 독과점 현상에 지금 국내 제약사는 크나큰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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