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투자 순위를 바꿔라. 21세기 최대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생명공학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제약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약 하나로 수십 조에 가까운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제약산업을 적어도 정부 투자순위 수위자리로 끌어 올려야 된다는 것이다.

신약 수십 종을 확보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런 환경에 발맞춰 제약산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들인 만큼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불쌍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아직까지도 강한 대외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약산업 년간 총매출액이 약 5조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제약업계 매출1위를 지키고 있는 동아제약이 5,000억원대(2002년 5,490억원에서, 2003년 4,924억원)를 유지하고 있고,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는 450개 업체 중 3%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있어 제약산업은 집중적인 투자를 받지 못한 채 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주변 여건 개선보다는 정부의 약가관리 등 과도한 행정규제, GMP시설에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의료관행에 따른 당국의 사정,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환경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카피약 일색이다 보니 의약품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향적인 내수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다국적 제약사들에 의한 정부의 약값통제권 상실, 제약 식민지화라는 심각한 현실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울며겨자먹기로 선진국에 팔아넘기는 일들이 계속해서 가속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정부가 제약산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약업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투자에는 아직도 극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2003년도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예산을 보면 총 829억원 중 신약개발 지워사업 예산은 기존 선정된 신약제품화 분야 기업수행 계속과제(28개사 43개과제)에 대한 지원예산 97억여원, 대학 등 수행 기초연구예산(단독 기초, 협동기초연구지원, 약10여억원)과 4개기관(기업 2, 벤처 1, 대학 1), 특정센터연구지원 38여억원 등 총 160억원을 제외하고 신규지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반면 의과학, 뇌의약학, 치의학, 생체조직재생 및 대체기술개발, 유전체 사업, 식품, 화장품 등을 지원하는 사업예산은 전년도 640여억원에서 667억원으로 27억이나 증가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측은 기존 신약개발지원사업분야 계속과제(28개사 43과제)의 경우도 올해 또는 내년에 대부분 지원 종료될 예정이어서 2005년 이후에는 업계의 산약개발지원이 곤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신약개발연구조합은 제약업계 신약개발 예산지원 촉구를 위한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며,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에 신약개발 예산지원을 건의한바 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복지기술소위원회 면담 및 신약개발 지원, 국회 신약개발 예산 확보, 과학기술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성과 관리 등 개선방안 마련에 대한 건의를 줄기차게 해 왔다.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은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신약개발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신약개발은 쉬운 것이 아니다. 엄청난 투자를 해도 중간에 물거품이 되거나 마지막 단계에서 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그 부가가치는 국익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신약개발은 기업의 투자에만 의존할 수 없다. 오히려 기업보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그 이유는 신약개발 성공은 기업의 수익구조 개선, 국민 보건 및 삶의 질 향상, 고가 약품수입대체 효과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절감, 기술 및 제품 수출효과 등 국익창출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신약개발상 대상으로 선정된 (주)LG생명과학의 신규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팩티브는 향후 5년간 550억원의 수입대체효과, 2,500억원에 이르는 국내외 매출효과, 2,000억원대의 수출, 600여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기대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기존 제품이 원제 또는 완제수입에 의존했던 것을 100% 국산화함으로써 매우 높은 생산경제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높은 매출실적에 힘입어 연간 1조원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가용 투자규모가 국가지원액 보다 막대함에 따라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병행해 조세감면 등의 제도적 간접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간매출 1,000억을 넘는 업체가 상위 일부에 국한돼 있어 기업 투자는 사실상 곤란한 상태다. 따라서 전형적인 정부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는 크지 않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방치해 둘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의약산업에 대한 신약개발 지원은 과학기술부 신약제품사업지원이 2003년도에 종료됨으로써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중 신약개발지원사업에서 지원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해 사업 공고를 통해 신약개발에 대한 신규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업계의 신약개발 추진 사업은 더 곤혹스런 환경에 처해졌다.

지금까지 신약개발지원사업은 단일사업으로 존재해 오면서 타 사업과의 예산 배분에 있어 항상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지원규모 역시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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