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근무자, 텔레마케터, 간호사, 은행텔러 등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들이 매뉴얼에 맞춰진 노동에 시달리며 감정의 마비와 심리적 외상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대표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은 지난 8월부터 두 달에 걸쳐 감정노동자 86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마음건강 캠페인 - 사회적 가면 속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실시, 이들의 집단 특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들 집단은 개인의 감정, 의지와 상충되는 업무나 역할에 높은 몰입도를 보이는 한편, 개인적인 욕구나 불편함은 적극적으로 참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감정노동자들은 심리적, 신체적 소진뿐 아니라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었으며, 실제로 금번 공개상담실 참가자들의 약 40.7%가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의 50% 이상이 뚜렷한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열정적’인 심리특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는 한편 주변 환경이나 상대방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경계하는 ‘대인예민성’이나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긴장감을 느끼는 ‘정서적 소외감’ 등의 항목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역할유연성(2.3%)’, ‘자기신념(1.2%)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개인감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감정노동 업무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감정노동자들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친절과 미소로 응대할 것을 요구받으며,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업무상 표출해야 하는 감정이 상충되는 경험을 반복한다. 즉 ‘감정 마비’ 상태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인 것. 또한 인신공격을 동반한 폭언과 욕설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돼 심리적 외상을 입을 가능성 역시 높다는 지적이다.

마인드프리즘㈜은 감정 마비, 심리적 외상 상태가 지속될 경우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9월 27일 ‘제 2차 정혜신의 공개상담실’에 참가한 전직 고객센터 종사자 A씨는 “직무 수행을 하며 억눌러 온 감정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충동적으로 표출하게 돼 사적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똑같이 무덤덤해져 직장 내 관계유지에 악영향을 경험한다” 는 등 마음건강의 위협상황을 호소했다.

또 공개상담실을 통해 정신 건강의 악화로 직장을 그만 두거나, 우울증 경향으로 인한 의욕 및 사고기능 저하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등 감정노동자들의 마음건강이 기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도 함께 제기되기도 했다.

정혜신 대표는 “감정노동자는 단지 고위험의 스트레스 직업군이 아닌 폭언을 일삼는 고객을 응대하며 ‘정서적 트라우마’가 남는 직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가자의 44.2%가 스트레스 경고수준 상태로 나타났으며 이는 일반 직장인 대비 약 30%포인트를 상회하는 수치”라며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업의 마음건강 복지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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