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처신’을 찾아보니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라고 적혀 있다. 말로는 참으로 쉬워 보이는데 행하기가 쉬운 것은 아닌 듯싶다.

어떤 사람은 처신을 잘해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처신을 잘못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 양자로 대변되는 이런 처신은 고위공직자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본다.

고위공직자의 우유부단한 처신은 곧바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며, 지금과 같이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기 까지 한다.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 모두가 손해다. 때문에 끊고 맺음이 분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처신이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처신 또한 손가락질을 받기에 충분하다. 누가 봐도 고위공직자로서의 처신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스스로 의혹 확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모자라 석연찮은 행동으로 여론만 악화시키고 있다. 정정당당하면 정공법으로 처신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떳떳하게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공자는 ‘사람이 돈 있고 지위를 얻었을 때는 품격을 지키기는 쉽다. 불우하고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품격이 시들지 않고 보전되어 있는 사람이 참된 품격의 사람이다. 그러므로 불행한 환경에 처했을 때일수록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의 이치는 순리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할 질서가 있다. 이를 스스로 거역하면 결국 성공하고도 손가락질을 받는 인물로 역사는 기록한다.

진영 장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이나, 사퇴반려 이후에도 휴대폰을 끄는 등 연락조차 안 되도록 행동하는 것은 졸장부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출입기자들에게 ‘진영-복지부장관 사퇴서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그것도 발신자의 이름조차 없이 보냈다는 것은 장관 자격이 없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부처의 공식 대외창구인 대변인실이 아닌 의원실을 통해 ‘이메일 사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이 옳은 처신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안’ 발표로 현 정부는 물론 복지부 조직에도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더욱이 정치권까지 이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며 극한 충돌로 맞서고 있는 마당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의 신뢰를 받으며 장관이 된 사람이라면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왜 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책임 있는 언급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부처의 수장답지 않은 갈 짓자 행보를 거듭하는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며 국민을 열 받게 하는 것이다.

장관이 무슨 동네 이장도 아니고, 몇 개월만이 그만둘 생각이었다면 아예 맞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해외출장 중 이 문제가 보도됐을 때 기자들에게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는 뒤이어 석연찮은 사퇴로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장관을 그만두고 다시 국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면 그도 처신을 잘못한 한심한 장관 중 한명이다. 알려진 대로 진 장관의 의원실은 언론에 사퇴설이 불거져 나왔을 무렵 서울시에 국감자료를 요청했다. 국회로 돌아갈 생각이었음이 분명하다.

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다.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처신을 잘못함으로써 그들은 지금 여론의 질타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라건데 다시는 이 정권에서 이들과 같은 불쌍한 수장들이 안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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