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임산부의 고운맘카드 사용을 오는 4월부터 한방병·의원으로 확대를 확정한 가운데 국내 유명 산부인과병원이 산모가 한약재를 복용하는 경우 태아의 사산위험성을 제기했다. 한의계는 즉각 “이 병원이 논문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며 “근거가 부족한 논문으로 한약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산모의 고운맘카드 한방병·의원 사용을 놓고 벌어지던 의료계와 한의계간의 논쟁이 ‘한약안전성’ 시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내 유일한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인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는 최근 거의 모든 한약처방에 쓰이는 ‘감초’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임신부의 감초 복용 후 임신결과'(연구자 최준식 제일병원 산부인과)를 통해 "감초를 복용했던 군이 복용하지 않았던 군에 비해 사산률이 7.9배 높았다"며 "이는 한국인 임신부의 평균 사산률보다 13배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임산부 지원을 위해 고운맘카드를 한방병·의원으로 확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정열 한국마더세이프상담센터장은 "고운맘카드 사용처를 한방까지 확대한 정책은 임산부들에게 사용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했겠지만, 자칫 정부가 한약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듯한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면서 "생식발생독성학 전문가들도 관리부재 등의 이유로 한약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조치가 한약사용 확대를 부추길 수 있어 임신부의 한약사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부 및 모유수유부들은 임신 중이거나 모유수유 중에 안전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불량한 임신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한약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발표를 접한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가 논문을 악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한약을 폄훼하고 진실을 왜곡했다. 한약불신을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는 비영할 행태를 즉각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는 ‘감초 복용한 임산부 군 사산율 8배 높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약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임산부의 한약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그러나, 보도자료에 인용된 논문은 소규모로 진행된 자료로, 객관적 사실성 부족과 근거 부족을 논문에서도 밝히고 있어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성명은 “해당 논문에서는 스스로 ‘Our study did not find any clear evidence'(우리 연구는 아무것도 확실한 근거를 보이지 못했다)’. ‘not a major human teratogen(우리 연구는 감초가 인간에 있어 주요 기형유발물질임을 보이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not associated with adverse fetal and neonatal outcomes(우리 연구는 태아, 신생아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와 관련이 없음을 보였다)’ 고 결론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에서는 이같은 내용은 철저히 숨기고 외면함으로써 제일병원 한국마터세이프라는 단체의 학문적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를 복용한 임산부들의 사산율이 한국인 임산부의 평균 사산율보다 13배나 높았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으나, 별다른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조차 한국인 임산부의 평균 사산율에 비해 2배나 높게 나온 해당 논문의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명은 이어 “해당 논문에서는 임신 중 태아가 감초에 노출돼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숨긴 채 핀란드의 연구를 인용해 감초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양의학계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취사선택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서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에 있는 성분을 포함한 일반의약품(OTC)을 복용한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감초, 더 나아가 한약 전체로 확대해석 한 크나큰 오류를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더욱이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 성분을 복용한 군에서 5명이, 대조군에서는 20명이 자연유산을 했다고 발표했으나, 이와는 별도로 자연유산을 한 임산부들은 통계에서 제외했으며, 사산과 자연유산율을 합치면 감초 성분을 복용한 군에서는 95%의 출생률을, 대조군에서는 94%의 출생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한의협의 지적이다.

한의협은 ‘고운맘카드 한방의료기관 확대적용’을 반대하는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를 비롯한 일부 양의사들이 국민들에게 폭넓은 의료 선택권을 주려는 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수입 감소에만 혈안이 되어 생떼를 부리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어떤 것이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고 의료인으로서 진정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인지를 되돌아보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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