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새 정부와 제약단체에 신속히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신설과 보상재원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모든 약에는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부작용보다는 치료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환자가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의약품 부작용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외국과 달리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없다”고 지적,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약품 부작용 발생 건수는 2009년 2만6827에서 2010년 5만3854건으로 두 배가 증가했고, 2011년에도 6만6395건이 보고돼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중에는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사망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2010년 540건, 2011년 576건이 보고됐고 생명위협의 경우도 2010년 331건, 2011년 250건이나 보고됐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도입은 제13대 국회 때인 1989년 11월 21일 약사법 개정안으로 발의돼 1991년 12월 31일 시행됐지만 피해구제기금 관련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2년째 제도 신설이 미뤄지고 있다. 작년 4월 8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개원을 했고 4월 17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개원을 했지만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신설은 오리무중이다.

연합회는 “현행 약사법 제86조에서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이라는 제목으로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로 조직된 단체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해야 하고,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는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정부는 예산의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약사법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와 재원마련 방법의 법적근거를 규정하고 있고, 실행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만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지만 복지부장관은 현재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다”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어 “지난 2010년 1월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하고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희귀병인 ‘스티븐존슨증후군’ 진단을 받은 김진영씨는 현재 실명상태다. 3년째 15분마다 눈에 안약을 넣어야 겨우 버틸 수 있고 지금까지 각막이식술 4회, 양막이식술 10회를 했다”며 “이러한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김씨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감기에 걸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사가 조제해준 약을 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심각한 의약품 부작용으로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고 의약품 부작용을 겪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연합회는 “그러나 이에 대해 약을 처방한 의사도, 약을 조제한 약사도, 약을 만든 제약회사도, 약화사고 피해구제를 위해 설립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환자는 의약품 부작용에 말 그대로 방치돼 있다”며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스티븐존슨증후군 피해자인 김씨가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와 보상 절차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행정입법부작위 위헌 헌법소송까지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과 대만은 각각 지난 1997년과 2000년부터 국가 차원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마련했고 보상 재원은 제약사 및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의무적으로 기금을 갹출 받아 마련하고 있다”면서 “약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제약사 등이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약사법에 규정돼 있는 것처럼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가 재원을 부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인구노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신약개발 등에 의한 의약품 사용 증가와 의료소비자 주권의식의 향상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신설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약으로부터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고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신설에 나서야 하며, 제약사 등도 의약품 부작용 피해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신설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정부가 신속히 수용해 22년간 미뤄진 약사법시행규칙 제정에 나서길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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