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교수
홍승봉 교수

위암, 갑상선암, 전립선암의 로봇 수술은 환자들의 선택 사항으로 로봇 없어도 수술할 수 있다. 반면 뇌전증 로봇 수술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뇌전증 수술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지난한 전쟁이다. 로봇이 없으면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전증 수술을 못한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수술 로봇이 있어서 뇌전증 수술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나 서울대병원은 수술 로봇이 없어서 어린이 뇌전증 수술을 1년째 못하고 있다. 수술을 계속했더라면 수십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한국의 뇌전증 약물 치료는 일본 보다 훨씬 앞선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뇌전증 수술은 꼴찌이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로 거의 모든 항경련제들을 처방할 수 있고 의료보험이 된다. 하지만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수술 이외에 치료방법이 없다. 뇌전증 수술 로봇은 1년에 사용 빈도가 10~30건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서 병원이 구입하지 못한다. 뇌전증 수술팀이 있어도 수술 로봇이 없어서 수술을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에 삼성서울병원(7억원), 2023년에 해운대백병원(7억원)에 수술 로봇을 지원했다. 그런데, 2024년에는 로봇 예산이 없어졌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에도 빨리 수술 로봇이 지원돼야 하고, 그 후 수술팀이 준비되는 순서로 광주, 대구, 대전, 전주, 춘천, 제주 지역에도 로봇이 도입돼야 한다. 수술 로봇 한 대의 정부 지원금은 약 6~7억원이다. 로봇은 한번 구입하면 10~20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6억을 20년으로 나누면 1년에 3000만원을 지원하는 꼴이다. 

1년 뇌전증 환자의 약물 치료 비용은 약 1500억원(추정치)인데, 뇌전증수술 2년~5년 후에 약물 사용량은 26% 감소했고, 전체 의료비는 50% 감소하였다 (정천기 등, 2015년 NECA 연구). 즉, 뇌전증수술을 지원하면 의료비용이 훨씬 더 절감된다. 로봇 한 대는 매년 수십명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10년 동안 수백 명을 살린다. 수술을 받지 못하면 돌연사 위험이 30배 높은 환자들이다. 뇌전증 수술은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치료법으로 정부가 관리하지 않으면 줄게 돼 있다. 

뇌전증 수술을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 보건복지부-수술병원-뇌전증지원센터가 참여하는 뇌전증수술센터 관리위원회가 빨리 구성돼야 하고, 정부는 뇌전증 수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뇌전증수술은 약물난치성뇌전증 환자들에게 필수 의료로서 수술 건수는 미국이 연 3500건, 일본 1200건에 비해 한국은 100건으로 너무 적다. 1년에 300~400건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전국에 15개 이상의 중증뇌전증치료센터를 지정하고 수술 로봇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뇌전증 수술은 너무 힘들어서 한 개 병원이 1년에 10~30건밖에 못한다.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 수는 약 3만7000명이고,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 수는 약 12만명이다. 더욱이 매년 약 1000명의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하고 있다. 

하루에 1~2명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돌연사로 죽고 있다.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를 1/3로 줄이고, 사망률은 1/2로 줄이는 것이 확인된 치료 방법이다. 수술 로봇이 없으면 뇌전증 수술을 못한다.

◇성대의대 신경과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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