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로,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대한민국 국민 10~30대 사망원인 1위, 40~60대의 사망원인 2위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실제로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신체·정서적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탈진, 직장과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직업 효능감의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기준에 등재한 주요 임상증후군이다. 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번아웃은 직장인들의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보건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으나, 보건의료 외에 다양한 직업에서도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선 규명된 바가 없었다. 

이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직업군의 직장인들에서 번아웃과 자살 사고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2020년~2022년 사이에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 다양한 직역의 근로자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가 설문을 실시해 번아웃과 자살 사고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번아웃의 증상 중에서도 신체·정서적 탈진이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에서는 자살 사고의 위험을 36% ▲우울증이 없는 직장인에서도 자살 사고의 위험을 77% 증가시켰다. 탈진 상태의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 사고의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성 증가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 우울증 그리고 자살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생산가능인구를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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