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교수
홍승봉 교수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7.4%는 자살생각을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회장 홍승봉 신경과 교수)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한 내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생각에 대해 조사했다. 가슴답답, 두근거림,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음, 소화불량, 입맛 없음, 전신 피로감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하나로내과의원(홍의수 원장)을 방문한 총 474명의 내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전 설문지’와 PHQ-9 우울척도를 시행했다. 

글 결과, 내과를 방문한 474명의 환자들 중 188명(39.7%)에서 우울증 증상이 발견됐고, 우울증의 심한 정도는 경도 27.4%, 중등도 우울증 9.7%, 심한 우울증 2.5%로 약 12.2%의 환자들에서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생각을 하고 있는 환자는 35명(7.4%) 발견됐으며 이 중 27명(5.7%)은 자살생각을 자주하고, 2명은 죽을 계획까지 세웠었다. 또한 자살생각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등도 또는 심한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우울증상과 자살생각은 의사가 물어보지 않으면 환자가 먼저 말하지 않는다. 

이 조사결과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우울증과 자살생각의 스크리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는 지적이다. 자살 1달 내 76%가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때가 자살예방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홍승봉 회장은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우울증과 자살생각의 설문지를 상설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또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나 자살생각을 발견할 때에는 상담을 통해 자살위험도를 평가하고 조치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회장은 “하지만 현재 비정신과 의사들은 자살위험에 대한 상담을 해도 수가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정신과 의사들이 자살생각 또는 계획을 하고 있는 환자를 발견할 때 자살위험도를 평가하고 상담하면 ‘자살위험 상담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만 상담료를 받을 수 있다. 자살위험도는 상담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감소한다. 상담평가 후 자살위험도가 높을 때에는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자살예방센터 등에 연계해야 한다. 자살위험에 대해 상담하고 필요시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비정신과 의사의 자살위험 상담료가 신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서 자살위험 상담료가 3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1년에 30억원을 투입한다면 일차의료기관에서 10만명의 자살고위험자들에게 자살위험상담을 하고 예방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5000여 명의 생명을 구한다면 한국의 자살률은 24.4명(2022년)에서 14.7명으로 39.6%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승봉 회장은 “자살생각이나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신체 증상으로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이를 발견하고 예방 조치를 하지 못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많은 자살예방전문가들을 양성해도 이들이 자살고위험자를 만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이 자살고위험자를 가장 많이 만난다”며 “따라서,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일차의료기관들을 자살 예방의 중심에 두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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