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뇌전증 환자 2만여명이 새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 중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은 연간 3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뇌전증 진단과 수술에 꼭 필요한 3가지 장비가 국내에는 단 한 대로 없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지만, 치매, 뇌졸중과 달리 정작 정부 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높은 질환 휴유증과 사망률을 보이는 뇌전증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8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용역 중간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됐다. 그 중 약 10만명이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이다.

항경련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모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중 경련증상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경우인 중증 약물난치성 뇌전증으로 뇌전증 수술이 시급한 환자 수가 3만7225명이었다. 이들 중 여러가지 검사 후 수술 대상이 되는 뇌전증 수술대기 환자는 2만2335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뇌전증 수술을 1년에 300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매년 약 2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하고,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은 1년에 1500~2000건 이상 시행돼야 대기 환자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연간 1000건 수술을 한다고 해도 현재 뇌전증 수술대기 환자만 모두 수술을 받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중간보고서는 “이처럼 수술건수가 적은 이유는 인력 부족 보다는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라며 “치매, 뇌졸중과 같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간보고서는 “국내 뇌전증 수술의 완치율은 평균 71.6%로 나타났으며,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사망률이 10배 높고, 급사(急死)율은 27배 높다. 약물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고 생명을 구하는 치료이다. 뇌전증 수술의 지원과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라면서 “치매, 뇌졸중, 뇌전증은 3대 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망원인 2위이고, 젊은 사람들에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원인 1위”라고 강조했다.

한국뇌전증학회는 “50억원의 정부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치매에는 수조원이 지원되고 있다.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 환자의 약 50%이다.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며 “수술로 치료될 수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쓰러져서 얼굴, 팔, 다리가 찢어지고, 골절, 화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다. 뇌전증 환자의 부모, 가족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의사들도 정부지원이 너무 없어서 절망감에 빠진다. 뇌전증의 발병율은 10세 이하와 65세 이상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한뇌전증학회가 수행한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3가지 진단/수술 장비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다.

<뇌자도; MEG, magnetoencephalography>
뇌자도는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磁氣 magnetism)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이다. 뇌파검사는 뇌표면의 굴곡과 두개골에 의하여 크게 왜곡되지만 뇌자도는 왜곡이 전혀 없고, 공간해상도가 뇌파검사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뇌자도는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장비이며 전세계에 179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일본, 미국에는 40대 이상 뇌자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단 한 대도 없어서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500만원 자기 돈을 써가면서 일본 교토대학교병원에 가서 뇌자도 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뇌자도 검사가 필요한 뇌전증 환자 수는 1년에 약 2500명으로 한국에 3~4대의 뇌자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자도 한 대의 값은 약 30억원이다.

▲전세계 뇌자도 분포도(합계 179대): 일본 48대, 미국 43대, 독일 23대, 영국 11대, 중국 8대, 카나다 7대, 이탈리아 7대, 프랑스 6대, 호주 4대, 사우디아라비아 4대, 타이완 4대, 핀란드 3대, 네덜란드 2대, 스페인 2대, 벨기에 1대, 덴마크 1대, 그리스 1대, 이스라엘 1대, 말레이시아 1대, 러시아 1대, UAE 1대.

<삼차원뇌파수술 로봇시스템>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장비가 삼차원뇌파(SEEG)수술 로봇시스템이다. SEEG 수술은 약 15년전에 새롭게 개발된 뇌전증 수술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뇌전증을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뇌전증 수술의 70% 이상이 SEEG수술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SEEG 로봇시스템이 한 대도 없어서 1%도 못하고 있다. 로봇시스템이 없이 맨손으로 하다 보니까 수술시간이 2배 이상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져서 수술 중에 뇌출혈이 발생하고, 전극이 다른 곳으로 들어가고,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SEEG; Stereo-EEG)
SEEG 로봇 시스템 한 대의 값은 약 10억원이다.

▲전세계 SEEG 로봇시스템 분포도(합계 146대): 미국 65대, 캐나다 3대, 유럽 59대, 아시아 18대, 남미 1대.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
세번째로 필요한 장비는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이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적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뇌전증 수술이다. 뇌의 깊은 곳에도 접근이 가능하며 병변이 여러 개 있을 때에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서 레이저 열치료 수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뇌전증 수술의 약 20-30%가 레이저 열치료 수술로 이뤄진다. 전세계적으로 215대의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한 대도 없다.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의 값은 약 5억원이다.

▲전세계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 전세계 분포도(145 Visualase + 70 NeuroBlate = 총 215대 설치/운영 중) : 미국 200개 병원, 프랑스 1대, 스페인 2대, 이탈리아 1대, 영국 2대, 독일 2대, 스위스 3대, 이스라엘 1대, 그리스 2대, 스웨덴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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