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권 대표변호사/의사

의료인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개설한 의료기관인 ‘일명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히면서, 적발되면 그동안 지급받았던 요양급여비를 모두 환수조치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사무장병원으로 추정돼 적발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요양급여지급을 중지해 병원이 문을 닫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를 비롯해 제약, 의료기기 등 보건의료분야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경권 대표변호사(의사)는 최근 발행된 뉴스레터에서 ‘의료법인 사무장병원과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제목의 메인 칼럼을 통해 사무장병원 추정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응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권자를 앞세워 실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사무장병원으로 판명되면 기존에 지급됐던 요양급여를 환수하고 그에 따라 과징금처분을 내리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의료기관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헌법소송이 제기됐으나 그 때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변호사는 “법원도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를 위해 과다진료 항생제 오·남용 보험사기 연루 환자 알선 등의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의료인의 의료기관개설을 금지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이를 일정 정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실제 상당수 사무장병원들이 과잉진료나 환자 유인 등과 같은 의료시장을 혼란에 빠트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그런 행위들은 의료법의 다른 조항으로 처벌을 할 수 있다”며 “사무장병원이라고 해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요양급여 자체가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요양급여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변호사는 “법원이 들고 있는 과잉진료나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통계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그러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무장병원으로 인정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의료취약지역의 경우에는 의료기관이 없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변호사는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 57조 제 1항에서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더해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일부를 징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술 더 떠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만 하면 요양급여지급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항을 2014년 5월 20일자로 신설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된 이후에 만일 검찰에서 사무장병원이 아니라고 하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건보공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이 망한 다음에 지급하지 않았던 요양급여에 대해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라면서 “도대체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에 기초해 요양급여의 지급을 보류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사무장병원 대응방식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걱정된다”는 말로 칼럼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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