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학교 급식소에 납품된 초코케이크를 먹은 학생 2207명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감염된 사건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초코케이크 크림 제조시 사용된 난백액(계란 흰자, 액상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식중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초코케이크에 사용된 액상란이 식중독 집단감염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부적합 액상란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식약처가 살균/비살균 액상란의 부적합판단과 유통 여부를 제조업체에 사실상 맡겨 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국회 복지위, 서울 성북을)이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식약처는 액상란의 비살균/살균 여부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치 못하고 있었다. 또한 세균 증식 위험성이 높은 액상란에 대한 위해미생물 검사를 자가품질검사라는 명목으로 제조업체에 맡겨두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부적합 액상란이 완제품 제조업체에 제공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액상란은 제과/제빵, 수산/육가공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고, 2017년 현재 알가공품의 연간 국내 판매량은 5만3210톤에 달하고 있다. 이를 계란 개수로 환산하면 10억6420만8840개에 달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연간 계란 소비량 1인당 239개를 대입하면, 우리 국민 445만2756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액상란은 살균, 비살균 여부에 따라 살균 조건과 검사 항목의 기준이 다르다. 집단 식중독 사건에서 원인으로 확인된 살모넬라균은 65도 이상 고열에 30분 이상 살균처리하면 제거된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달걀 껍질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만큼, 비살균 액상란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그러나 식약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액상란(식약처는 알가공품으로 표기)에 대해 살균/비살균 여부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액상란 생산실적은 식품공전(구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상 분류돼 있는 ‘유형별’ 기준으로 보고받고 있어, ‘비살균/살균’으로 액상란 생산현황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식약처의 답변에 기동민 의원은 알가공업체가 HACCP 의무적 인증대상 업체임을 지적하고, ‘최근 5년간 알가공업체의 품목신고서’를 재요청했다. 이후 지방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식품행정통합시스템 품목제조보고관리대장’을 확인한 결과, 식약처는 비살균(49건), 살균(66건), 미상(151건) 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식약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액상란의 살균/비살균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중독 사건을 일으킨 업체의 살균 액상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었다면, 이는 유통․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또는 살균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현행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는 알가공품의 식품유형별 포장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액란제품은 5℃ 이하에서 냉장 또는 냉동 보존‧유통하도록 하고(제2조제4항제12호), 식품공전은 비살균 액란제품은 알의 껍질을 제거한 후 속히 5℃ 이하로 냉각해야 하며, 72시간을 초과해 보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가공품이 위생적으로 포장돼 유통되는지 여부를 감독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식약처는 “일반적으로 액란제품은 원료성 제품으로써 위생비닐에 담고 이를 플라스틱 용기 등에 넣어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포장관리가 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관리 체계에 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알가공품의 경우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 에 따라 미생물 안전성(세균수, 대장균군, 살모넬라)에 대해 매월 1회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제12조제3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4조)”고 밝혔다. 즉, 업체가 자체적으로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충족시킬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구조다.

그러나 액상란 가공업체가 안전성 검사를 자체 수행해 그 결과를 보관토록 하는 ‘자가품질검사’의 결과서는 식약처에 제출되지 않고 가공업체에서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검사 실시여부 및 결과의 신뢰성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동민 의원이 문제가 된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결과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살균 액상란의 경우 유통기간한 내에 위해미생물검사 분석이 불가능해 위해미생물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부적합 액상란이 유통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미생물 분석에 필요한 날짜는 세균수 2일, 대장균군 1일, 살모넬라/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의 경우 3일이다.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식품공전에 따른 비살균 액란제품의 유통기한은 72시간(3일)에 지나지 않는다. 비살균 액상란은 유통기한 내에 위해미생물검사를 마무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부적합 비살균 액상란의 유통 여부는 사실상 가공업체에 일임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우 비살균 액상란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액상란에서 살모넬라균이 번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관련 규정을 준수한 살균 액상란에서는 살모넬라균 감염 사례가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고 한다.

기동민 의원은 “액상란은 온 국민이 즐기는 빵과 과자류 등에 필수 재료로 철저한 검사와 유통관리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면서 “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식약처의 허술한 시스템 관리가 초코케이크 집단 식중독 사건을 불러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기 의원은 “식약처는 명실상부한 국민 먹거리 안전 컨트롤타워로써 당장 액상란 가공과 유통 과정에 대한 시스템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액상란 살균을 의무화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 규정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