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보건복지부에 거액을 기부한 것을 두고 은행권이 사회공헌을 빌미로 ‘정권 코드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국회 복지위)은 11일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와 하나금융그룹의 ‘국공립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협약’에 관한 문제제기를 제기했다.국민연금공단은 2014년 7월부터 기금의 해외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외화금고은행’을 선정하고 있다.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파트너쉽을 맺고 전체 기금 29%에 해당하는 179조 원의 거래창구 역할을 하며,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홍보효과를 거두는 등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2014년 첫 번째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됐던 우리은행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및 주식수탁은행으로 선정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월 5일 두 번째 외화금고은행 선정 공고를 냈고, 2월 13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의 제안서를 접수했다.

열흘 뒤인 2월 23일, 국민연금공단은 제안서 평가를 통해 하나은행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했다.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은행이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초 하나은행 산하 연구기관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사회에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건립’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4월 15일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은 언론보도를 통해 “2020년까지 전국에 어린이집 100개소(국공립 90개소 및 민간 10개소)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5월 24일, 국민연금공단과 하나은행은 외화금고은행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3일 후인 6월 5일, 하나금융그룹은 보건복지부 및 저출산고령위원회와 ‘국공립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그룹이 10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매년 30개소씩 총 90개소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 지자체에 기부체납하는 것이 협약의 주된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며, 2019년도 복지부 예산안에도 국공립어린이집 102개소 신축을 위한 399억7000만원이 반영돼 있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그룹이 3년간 매년 1년치 정부예산에 버금가는 비용을 들여 국정과제 이행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 하나은행이 복지부에 1000억원을 기부하자, 사회공헌을 빌미로 '정권 코드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하나은행의 1000억원 복지부 기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그림.

앞서 지난 4월 2일 금융감독원 특별감사단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내용을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동기로 알려져 있는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김정태 회장은 5월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하나금융그룹과 복지부가 ‘국공립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지 12일 후인 6월 17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 선정에서 탈락한 국민은행의 경우 5월 14일 교육부와 총 750억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까지 국공립 병설유치원 250학급과 돌봄교실 1700개를 새로 만들거나 증설하기로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정권에 환심을 사기 위한 행위들을 중단하라”고 밝힌 바 있어, 사회공헌활동을 빙자해 ‘정부 코드맞추기’에 열중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은행권 내부에서도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희 의원은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을 빌미로 거액의 자금을 들여 공약이행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복지부는 각종 사회공헌활동과 관련이 높은 만큼, 복지부가 은행권 정부코드 맞추기의 통로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의원은 사실관계를 위해 하나은행 관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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