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의료일원화를 논의하기 위한 ‘한의정(韓醫政)협의체’가 사실상 소득없이 종결된 가운데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한의사는 통합의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여섯명의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들이 “일본이 명치유신때 멀쩡한 한의학을 과학화한다고 (현대의학과)일원화시켜 한의사와 한의학을 말살시킨 전철을 밟겠다는 것이냐”면서, 우려의 뜻을 피력했다.

변정환, 서관석, 안재규, 조용안, 최환영, 허창회(가나다 순) 한의협 명예회장들은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최근 최혁용 한의협회장의 ‘통합의료’ 선언과 한의정협의체 운영 등에 대한 논의를 갖고 ‘의료통합을 하겠다는 최혁용 회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6명의 명예회장들의 뜻을 공개적으로 최 회장에게 전하기로 했다.    

이들 명예회장들은 공개서한에서 “의료통합은 의료일원화와 결국은 동일한 결과를 나타낼 텐데 같은 한의학과 한의사들을 위해서 일해 달라고 회원들이 협회장에 뽑아주었더니 중국식 의료일원화 운운하면서 의료통합을 선언하고 있다”면서 “2030년 까지 의료일원화를 끝낸다면 한의학이나 양의학 중에서 또 한의사나 양의사중 하나는 이름조차 없어지게 될 텐데, 최 회장은 어느 것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모든 것이 최혁용 회장 뜻대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냐”며 “종교든 의학이던 기본원리가 다른 두 개의 분야는 각기 발전하면 되는 것을 굳이 무리하게 통합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학문의 원리가 전혀 다른 한의학과 양의학은 각기 자체적으로 연구 발전하면서 질병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내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개서한은 “한의사들에게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못하게 한 규제가 잘못됐다고 인정돼 보건복지부에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하라고 의료기기 협의체를 만들었는데 어느 날 ‘의료일원화 협의체’라고 명칭을 바꿔 전 회원들도 모르게 몇 명이서 합의를 보고 있었다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이들 명예회장들은 “100% 한약처방인 생약제제를 양의사와 치과의사들에게만 처방하게 한 약사법령, 양약사의 업무범위에 한약제제를 사용하게 한 약사법령의 심각한 문제점, 그리고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규제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호소해 약사법과 의료법의 적폐를 개선하는 것이 한의사협회의 시급한 문제”라며 “(그런데도)한의과대학을 폐지하게 되고 한의사제도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의료일원화제도에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공개서한은 “한약제제(생약제제)를 양의사들과 양약사들이 사용하게 한 악법을 고쳐서 한약의 전문가인 한의사들과 한약사들만이 처방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일과,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규제의 적폐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한의사협회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또한 한의학의 치료의학적 효과와 예방의학적 우수성을 객관화해 국민들과 세계에 알려 한국 한의학의 부흥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협회는 살을 깎는 다방면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최혁용 집행진의 정책추진 방향은 크게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 이들 명예회장들은 최 회장에게 “우리의 바로 앞에 있는 천길 만길 낭떨어지가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일원화 후에는 약사회의 강력한 반대를 무릎쓰고 힘들게 탄생된 한약사제도도 없어질 것이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거대한 약사회와 ‘한방의약분업’이란 명분을 잃은 투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의료법상 양의사는 누구나 수술을 해도 되지만 현실적으로 수술은 수술전문의들이 하고 있다.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안과수술을 하고 이비인후과 수술을 하느냐. 불법이 아니라고 의사가 아무나 수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후 “일원화된 뒤에 어떤 국민들이 통합 한의사들에게 수술해 달라고 하고 또 얼마나 많은 통합 한의사들이 전문적인 수술을 하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명예회장들은 의료일원화가 되면 초보 지식만을 가진 양의사들이 전문가인양 무한정 한약을 처방하고 침치료를 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의 건강 또한 큰 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한의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양의사들에게 한약을 처방하게 하고 침치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전국민들에게 한약을 처방하게 하고 침치료를 하게 하는 것이 한의학의 저변을 넓히는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한의협의 그릇된 정책방향을 애둘러 비판했다.

공개서한은 “(최 회장이)한말 을사오적의 한 사람이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어 최악의 매국노로 불리는 이완용 같은 한의사 협회장이 될까봐 두렵다. 그리고 협회장 주위에서 의료일원화에 찬성하고 앞장서는 임원들이 있다면 한의학계의 을사오적이란 이름이 붙여 질까봐 심히 우려가 된다”고도 했다.

6명의 명예회장들은 “최혁용 회장! 당신은 한의사들에 의한, 한의사들을 위한, 한의사들의 회장인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로 공개서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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