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주요사진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 5월 20일 일요일, 전국에서 [수만명]의 의사들이 이곳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의사들이 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이건만 불원천리 마다않고 모여,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의사 집회를 하고 있는지 대통령께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가 의료계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지금 이 시간부로 즉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되는 그 순간부터, ‘환자의 치료’가 아니라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의 절감과 유지’라는 목적만이 우선시되는 우리 의료제도의 고질적인 적폐가 먼저 청산되어야 합니다.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원이 만들어 낸 자의적인 ‘급여 기준’이 전 세계의 의사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나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보다 상위에 위치하면서 마치 절대적인 신앙처럼 군림하는 이 부끄러운 현실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이른바, ‘심평의학’이라고 하는 이러한 획일화된 ‘규격진료’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부당한 의료행위’가 되고 ‘비양심적 의사’로 매도 받는 환경에서는 그 어떠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정책이나 제도는 모두 실패할 뿐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단순히 63%를 70%까지 올리겠다는 통계적인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예기치 못한 중증질환이나 희귀병, 중증외상과 맞닥뜨렸을 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각종 중증의 원인이 되는 만성질환의 관리와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무엇보다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임신과 출산, 모성보건, 그리고 소아와 청소년들의 건강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합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아니라 급여 진료의 내실화, 필수의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 운영 철학을 천명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생사의 선을 넘나들고 있는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 아이를 분만하려고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야 하는 산모들의 고통, 주당 8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과 그들에게 생사를 맡기는 환자들, 이 모든 것에서 환자도, 의료진도, 사람은 모두 뒷전입니다. 산술적 통계가 먼저이고 재정 절감과 보험의 지속가능성이 먼저인 지금의 건강보험제도는 대통령님의 인간 중심의 국정 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 글월을 빌어 의사들은 요구합니다.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중단하십시오. 또한 청와대가 주체가 되어 우리 의료제도의 오랜 병폐를 바로잡고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의료계와 정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국민 100세 시대를 위한 의료개혁 위원회’를 설치해 주십시오. 대한의사협회는 의학과 의료의 전문가로서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최선의 제도를 제안하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개혁의 첫 걸음으로서 대통령께서 직접 중환자실, 중증외상분야, 응급실, 산부인과 및 동네 1차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일선의 의사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십시오.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이루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무장관의 말만 믿었다가 훗날 “나도 속았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이름까지 걸린 이 정책이 훗날 ‘국민의 건강을 한층 향상시킨’ 성공의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전문가 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끝으로 오늘 이 집회가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마지막 집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2018년 5월 20일

전국 13만 의사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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