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등 의료진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의료진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4명의 환아가 미숙상태의 치료 중 심정지를 일으켜 두 시간여 만에 사망한 이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감염 경로는‘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주사제(TPN)를 준비하거나 투여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에 대해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겠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에서 원내감염의 원인에 대해 이미 거듭 조사하였고, 의료진 8명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한 사안이기에 단순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의료진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의료진 구속사태로 인한 진료공백이 야기할 다른 환자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무엇보다 일선 의료진의 극심한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이미 생명을 살리는 최일선의 진료현장에서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의료행위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것’에 비유되고 있다. 본회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금번 의료진 구속에 대한 법적 대응 및 향후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본회는 신생아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다만 그럼에도 이 안타까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의사의 희생에 의존하여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에 있으며, 또한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의사와 병원에게 대응할 책임을 미뤄온 정부에게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성과로 보여주기 쉬운 인큐베이터 등 장비와 병상수 확장에만 지원이 편중되고, 실제 업무를 담당할 인력 확충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력의 만성적 부족과 장비의 노후화로 인하여 의료진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한 채 업무에 임하지 않는다면 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실상이다.

게다가 신생아중환자실의 특성상 업무강도가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전문인력들의 지원율이 낮고 이직율이 높아 숙련된 인력의 양성이 어려우므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호소는 무시되어 온지 오래이다. 사명감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진들이 사명감으로 포장된 과도한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직시하여야 한다.

본회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게된 환아 유가족에게 가슴깊이 위로를 드리고자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4명의 신생아 목숨을 앗아간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외상센터나 신생아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분야에 더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의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도 그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받거나 이로 인하여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의료진 처벌에 앞서 대한민국 의료진 누구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밝히는 바이다.

2018. 4. 4

서울특별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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