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은 2012년 5월부터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른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노후긴급자금(이하 실버론) 대여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버론 약관이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은 금융권에서 소외된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수급자가 실버론을 신청할 경우, 의료비, 전·월세자금,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 긴급한 자금을 연간 연금수령액 2배 이내의 한도에서 최대 750만원까지 대여해준다.

대부자는 최대 5년간 매월 대부금을 균등분할한 원금과 잔여원금에 대한 이자를 납입하는 방식으로 상환하게 된다. 대여이자율은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에 연동하여 매 분기별로 변동금리가 적용돼 2017년 3/4분기 현재 연 1.88%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연체이자율은 대여이자율의 2배인 연 3.76%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국회 복지위)이 19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월 실버론 대여사업 시행 이후 2017년 7월까지 실버론 대여건수는 총 4만2854건으로, 금액으로는 1844억2600만원 규모에 달했다.

이중 1만7379건(1105억3300만원)이 상환됐으며, 2만5475건(738억9300만원)은 아직 상환기간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미상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환율은 건수기준으로 40.6%, 금액기준으로 59.9%로 나타났다.

용도별로 보면, 2012년 5월 이후 2017년 7월까지 전·월세자금으로 인한 실버론 대여가 2만5949건(1311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료비가  1만6180건(497억6200만원), 장제비가 549건(27억2900만원), 재해복구비가 176건(8억2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실버론 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한 2012년에 1만152건(398억6800만원)의 실버론 대여가 있었으며, 2013년 7095건(277억4700만원). 2014년 7198건(276억원), 2015년 7528건(341억원), 2016년 6747건(342억원), 2017년 7월까지 4134건(209억1100만원)의 실버론 대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2017년 6월 기준 실버론 미납자 수는 총 212명으로 3억3192만5000원이 미납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7명(2291만7000원)에 불과했던 신규 미납자는 2014년 13명(3771만1000원), 2015년 34명(7365만9000원), 2016년 55명(1억2256만6000원), 2017년 6월까지 103명(7499만2000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한편 실버론 상환의무는 ①실버론 대부자 ②유족연금수급권을 취득한 유족 ③상속인 순으로 부여된다. 그리고 상환 시 연금수급계좌에서 자동이체 되는 것이 기본이나, 상환을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상환자가 원하는 경우, 연금급여에서 원천공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제출자료에 따르면, 실버론 대여사업 시행 이후 2017년 8월까지 실버론 대부자가 상환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는 1863건이었다. 이 중 유족이 연금수급계좌 자동이체를 통해 상환하는 경우는 2건에 불과한 반면, 유족연금급여에서 원천공제하는 경우는 무려 96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론 신청자가 확인 후 서명해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하는 ‘국민연금공단 노후긴급자금 대부 약정서’ 중 제8조제5항에 따르면, 대부자가 사망해 유족 등이 유족연금수급권을 취득한 경우 그 유족에게 사망한 대부자의 채무가 승계돼 유족연금수급권자에게 지급할 연금급여가 공제되도록 돼있다.

그러나 김승희 의원실의 의뢰로 국회입법조사처가 ‘국민연금공단 노후긴급자금 대부 약정서’ 제8조제5항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족연금수급권은 상속재산이 아닌 ‘국민연금법’이 지급하도록 정한 ‘유족의 고유재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유족연금에서 실버론 미변제 대부금을 상계하도록 하는 해당조문은 유족연금수급권자들의 상속포기권을 법적근거 없이 박탈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공단 노후긴급자금 대부 약정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약관의 일종으로, 약관이 대부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약관을 계약내용으로 편입시킨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8조제5항에 따르면, 수급자의 유족들은 약관편입의 합의를 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관의 효력에 구속되는 셈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58조제1항에 따라 수급권은 양도·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으며, ‘민법’ 제497조에 따라 압류가 불가한 채권일 경우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법’에 따라 유족연금은 압류의 대상이 아니며, ‘민법’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유족연금에서 실버론 상환금을 상계, 즉 공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법’ 제59조제1항를 근거로, 상환금에 관한 채무를 연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유족연금수급권자의 연금공제 신청을 전제로 하고 있어 괜찮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실버론 대부자 사망 시 유족연금수급권자가 상속포기(한정승인 포함)를 해 채무가 사라져도, 국민연금공단이 실버론 상환금에 대한 연금공제 신청을 받아, 사라진 채무에 대한 상환금을 받으며 불법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희 의원실은 “국민연금공단 담당자 확인 결과, 일선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는 유족연금수급권자가 실버론 대무자의 채무를 유산과 함께 상속포기(한정승인 포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충분한 안내 없이 상환금 연금공제 신청을 받아 사망한 대부자의 채무를 갚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승희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에게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는 25만원 상당의 유족연금에서 실버론 상환금을 불법공제하고 있다”며, “연금공단은 불법약관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유족연금에서 불법공제를 당한 1000여명의 상속포기 여부를 전수조사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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