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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약품 수급 시스템 '총체적 부실'비상사태 때 대규모 의료대란 우려…병원서 링거 못 맞는 상황올수도
주재승 기자  |  jjskm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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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1  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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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난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 시 신속하게 공급돼야 할 필수의약품들이 제대로 비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국회 복지위)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가필수의약품 비축체계가 미비하고 비상상태 발생시 의약품 공급 및 운송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도 없으며, 그나마 있는 매뉴얼대로 훈련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초수액제 같은 의약품은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정부의 비축 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는 상황이다.

기초수액제는 수분을 비롯해 인체에 꼭 필요한 전해질과 포도당, 환자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고, 농도가 높은 항생제, 항암제, 진통제 등을 희석해 몸 속에 공급한다. 국기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126개 품목 중 14개는 기초수액제가 없으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WHO Model List of Essential Medicines)에서 포도당주사액, 포도당생리식염주사액, 염화칼륨주사액, 생리식염주사액, 탄산수소나트륨, 하트만액, 주사용수 등 7가지 기초수액제가 포함돼 있다.

지난 해 의료기관에서는 약 1억6200만개의 기초수액제이 사용됐고, 건강보험으로 청구된 금액도 약 16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수액 1개당 1000원이 채 안 되는 등 생수보다 저렴하지만, 환자에게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의약품인 것이다.

현재 기초수액제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국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동원되는 의약품에 포함돼 국가동원령 선포 후 3개월분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필수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초수액제는 JW중외제약(JW생명과학 포함), CJ헬스케어, 대한약품공업 등 3사가 국내 공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평상시에도 이들 3사의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고 있어 전시나 재난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 시 신속한 증산이나 적재적소 운송이 등이 불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12월 서해대교 화재로 서해고속도로가 장기간 통제됐을 때 충남 당진의 수액공장은 공급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우회도로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필수의약품 지정제도 역시 제한적이다. 현재 식약처가 지정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은 126개, 국가 비축용 의약품은 36개에 불과하고, 복지부는 생물화학전에 대비해 두창백신과 탄저백신 2가지만 비축하고 있다.

국가 비축용 의약품은 방사능 방재 대책법과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에 대한 규정에 의거해 지정되는데, 방사능 재난 대비 차원에서 갑상선 방호약품들과 대규모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항바이러스 제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의료 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어 현재 제조사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 기초수액제는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초수액제는 값이 싼 데다 부피가 커서 의료기관이 장기간 보관을 꺼리는 실정이다. 대형병원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창고를 최소화하는 추세이고,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병원들은 창고조차 없어 제약사와 병원 간 일일 직배송 시스템으로 수요량을 의존하고 있다.

최도자 의원은 “입원환자 90% 이상이 수액을 맞을 만큼, 위급상황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게 기초수액제인데도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이나 비축의약품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비상상황 시 의료대란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최 의원은 “법 개정 등이 어렵다면 의료기관이 재난에 대비해 일정 물량의 의약품을 비축․관리하도록 지도하고, 이를 의료기관 지정이나 인증평가 때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정부는 해법은 찾지 않고 비상시 의약품 관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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