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일본 동경에서는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제6차 아시아 태평양지역 결핵과 폐질환 퇴치를 위한 국제회의(6th Conference of International Union Against Tuberculosis & Lung Disease, Asia Pacific Region)가 개최되고 있다.

22일에는 글로벌 펀드 (Global Fund to fight AIDS, TB and Malaria)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 사무국 (WHO WP/RO)의 아태지역 결핵 전략 수립을 위한 워크숍이 진행됐다. ‘결핵 퇴치는 수익성 높은 투자’라는 주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다재내성 결핵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함이 강조됐다. 이런 접근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세계 결핵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에 대한 지원이 확보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2015년 기준 결핵은 전세계 10대 사망원인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에서 결핵으로 2일 동안 죽는 사람의 수가 2년 동안 에볼라로 죽어간 사람의 수와 같다. 한 해에 전세계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결핵으로 죽어간다. 2016년 11월 13일 WHO가 발간한 국제결핵보고서(Global Tuberculosis Report)가 제시한 새로운 자료를 보면 내성결핵을 ‘재앙’으로 표현하고 있다. 2015년 전세계적으로 48만명이 다재내성 결핵으로 추계됐다.

WHO/WPRO 결핵조정관 노부 니시키오리 박사는 서태평양 지역의 현재 결핵 현황으로는 목표달성이 요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전세계는 2030년까지 결핵을 박멸할 것을 UN 지속가능개발목표로 설정하며 합의했다. 결핵으로 사망하거나 고통 받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비전과 함께 2030년에는 결핵 사망자수가 2015년과 비교하여 90%가 감소하고 2035년에는 95%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서태평양 지역 현황을 보면 지금의 추세라면 감소율이 매우 둔해 목표 달성이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결핵 해결방법은 매우 잘 알려져 있고 효과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적인 이슈인 이유는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매우 많은 환자들이 결핵 치료와 검진에 접근하지 못하고 보건의료 체계가 미비하다. 이런 상황은 진단, 치료, 서비스 전달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개선 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소외된 결핵 고위험 인구집단을 찾아가는 검진과 치료 서비스, 결핵 환자 가정의 심각한 의료비 지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는 보편적 건강보장 관점의 접근 모델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개발도상국 국가결핵 관리자와 시민사회는 다재내성 결핵 고위험 국가이든 고위험 국가가 아니든 내성결핵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임을 토로했다. 제약회사의 제한적인 공급 정책으로 접근이 원천 봉쇄돼 있거나, 자국내의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미비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또는 재정 부족으로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더불어 전통적 관습과 결핵 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 그리고 의료시설 접근성 부족, 치료에 대한 불신과 치료자에 대한 믿음 부족 등으로 치료가 지연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결핵 유병률을 급격히 감소시켜 결핵 관리에 성공한 나라이다. 그러나 잠시 유병율의 반등을 경험한 나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일본 포럼(Africa Japan Forum)의 마사키 이나바씨의 결핵을 종식시키기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한 발표는 결핵 퇴치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한국이 어떤 역할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20세기 초에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흔한 나라였다. 현재는 중저위험국가로 국가 결핵 전략에서 2020년까지 결핵 저위험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코하마 지역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코토부키초는 일본 도시들의 평균 결핵발병율의 80배가 된다. 이 지역은 일용직 외국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나바씨는 일본 국내 결핵의 핵심 과제는 빈곤과 외국인 이주민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혁신적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 결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재내성 신약과 진단시약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이런 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고소득 국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므로 일본정부의 국제 결핵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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