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회 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복지부가 추진중인 탕약현대화 사업은 한의학의 특성인 방제를 배제해 한약처방을 획일화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방의료기관 조제한약(탕약)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제목의 지난 1월 17일자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가 한의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부내용은 2017~2020년까지 탕약 현대화 시범사업을 통해 한방의료기관 조제한약에 대해 GMP 수준의 품질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치료용으로 직접 조제하는 탕약은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조제설비, 조제방법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품질관리 및 안전성 측면에서 일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사용 한약재 종류 및 사용량, 조제공정 등 한약제제 과정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이른바 ‘비방’의 존재 여부는 한의약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 한의사들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을 가감하는 ‘방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허창회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명예회장)은 “한의학에서 탕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한약의 가감(방제)이다”라며 “같은 처방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특정 약제를 더 넣거나 줄이는 게 중요한 데, 이것은 한약 신뢰를 저하시키는 ‘비방’으로 정의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양약과 같이 획일화된 탕약이야말로 환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것이다.

▲ 복지부가 추진중인 탕약현대화 시범사업 흐름도.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보내면 탕약표준조제시설에서 조제한 탕약을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탕약을 GMP 제조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안전하게 조제·관리할 수 있도록 표준조제설시, 표준제조공정, 임상시험기준 등을 마련할 후 이를 토대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탕약 현대화 시범사업은 부산대 한방병원에 탕약을 의약품 수준으로 안전하게 조제·관리할 수 있는 ‘탕약표준조제시설’을 구축하고 한약재 구입부터 보관·조제·포장·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GMP 수준의 표준제조공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허창회 전 회장은 “탕약을 GMP 제조 의약품과 같이 표준조제시설, 표준제조공정에 따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국 한의사의 손에서 한약을 떼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GMP 수준의 탕약조제 시스템 구축’은 외견상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의학에서 탕약의 질병치료 핵심은 ‘GMP’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른 약제의 가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허 전 회장은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방의료기관 탕전실이 GMP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탕약조제시설의 GMP 보다는 의약품용으로 사용되는 한약재원료의 유효성·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탕약의 GMP화가 한의학의 특성인 방제를 불인정하고, 한약처방을 획일화해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양약처럼 똑같이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일선한의사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며 “복지부가 향후 이 사안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한의계는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탕약에 대한 임상연구기준 및 임상연구방안을 마련하고 임상시험용 약(위약)도 개발해 탕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과 관련한 임상연구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2018년까지 탕약표준조제시설, 정보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시범운영을 완료한 후 2019~2020년 탕약표준조제시설 이용을 원하는 한방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한방의료기관의 탕약 현대화 사업이,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취급돼 온 방제를 배제하고 한약처방의 획일화 한다는 한의계 일각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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