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말아 먹은 듯 곳곳에서 썩은 냄새들이 진동한다. 매일같이 드러나는 온갖 추악한 행위는 그야말로 최순실 왕국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 불똥이 의료계는 물론 보건복지부로도 튀고 보니 이 역시 썩어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아래쪽이 썩은 것이 아니라 위쪽이 썩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산하기관장들의 인사가 원인이 된듯 하다. 그 중심에 국민연금공단이 있다. 지금 국민연금 공단이 기금 운용과 관련해 특정 기업을 봐줬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립성을 가져야 할 임기 3년의 수장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체되다 보니 어떤 결정에 있어 청와대 등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삼성그룹 합병 개입논란은 조만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자금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삼성가의 기업 승계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엄청난 국민적 지탄이 쏟아질 것이다.

사건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혜택을 입었다는 증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서 해당 안건의 가결 또는 부결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합병에 우호적인 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위시한 반대 그룹 모두 표 대결을 앞두고 20%대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던 만큼 국민연금의 결정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입장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은 내부 논의 끝에 7월10일 합병에 찬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공식 자문기구를 비롯한 세계적인 자문업체들의 반대 권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주식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문제는 통상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일 경우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겨 찬반 여부를 결정했던 관행을 따르지 않고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문위원에게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실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발표를 이틀 앞두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 측이 모종의 합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연금 공단이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것 자체부터 잘못됐다. 가뜩이나 인사문제로 때마다 홍역을 앓는 공단이 이런 문제의 중심에 서자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시녀형 우두머리들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이러다 보니 국민연금동단 이사장 중 제대로 임기를 마치고 나가는 인사가 드물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문형표 이사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15명의 이사장이 임명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임기를 채운 경우는 세 차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12대 박해춘 이사장은 임기 1년9개월을 앞두고 사퇴한 바 있으며, 13대 전광우 이사장은 2012년 12월 연임됐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을 이유로 중도 사임했다. 2013년 5월 취임한 전임 최광 이사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했으나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인사 문제를 놓고 복지부와의 갈등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국민연금이 최순실 개인과 삼성이라는 한 기업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됐다면 이건 국정농단과 비슷한 지탄을 받을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작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합병 비율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를 국민 앞에 소상이 밝혀보라. 그렇지 않고 뒤로 숨기면 결국 진실이 들통 나면 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들 스스로가 푼돈을 내서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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