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을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9월21일까지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 한의약 약화사고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반하는 처사로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국회 복지위)은 29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대한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복지부가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과 한방생리학을 제외하고 한방재활의학을 추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8월11일부터 9월21일까지 입법예고했다”며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을 제외하려는 것은 지난해 백수오제품 이엽우피소 혼입사태와 올해 함소아한의원 한약 어린이 탈모 부작용 논란 등으로 한의약 약화사고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반하는 처사로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의원은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을 제외하려는 것은 내경편과 함께 동의보감의 가치가 잘 드러나는 본초학의 집대성인 탕액편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한약은 한의사의 엄정한 관리 하에 조제·투약되고 있어 한약재의 기원관리 오류로 다양한 약화사고가 증가할 우려가 있어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 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오히려 본초학을 배제할 경우 한약 전문가로서 한약조제에 관한 역할을 축소하고, 한방의료 약화사고 예방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동의보감의 탕액편 3권에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했던 약물 1000여 종에 대한 효능, 적용 증세, 채취법, 가공방법, 산지 등을 밝혀놓았으며, 약물의 이름 밑에 민간에서 부르는 향명(鄕名)을 한글로 달아놓기도 했는데, 조선시대 전기의 향약론으로 총칭되는 본초학 또는 임상약물학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남 의원은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문제수가 금년 1월 시행된 제71회 국가시험부터 420문항에서 380문항으로 조정됐으며, 본초학의 경우 총 380문항 중 4.7%인 18문항에 불과하다”면서 “한약재 기원관리 오류 등에 따른 약화사고를 예방하고, 한의약의 안전성․유효성 확보를 위해 본초학 출제비율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한의사 국가시험 기준개정에 따라 2016년도 시행한 ‘한의사 국가시험 본초학(한약재) 출제범위’에 따르면, 본초학의 출제범위는 총론에서 약성론, 용량·금기·채집·저장, 포제, 그리고 각론에서 해표약, 청열약, 사하약·소식약, 거풍습약, 방향화습약·이수약, 온리약·이기약, 지혈약·안신약, 활혈거여약, 화담지해평천약, 평간약, 보익약, 수삽약, 구충약·개규약·용토약·외용약 등이다.

남 의원은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 제외를 추진한 배경은 한의학교육협의회 논의 결과 기초한의학 시험과 임상한의학 시험으로 분리해 1차 기초한의학, 2차 임상한의학 국가시험 체계로 단계별 평가를 실시해 역량 중심의 한의사 국시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단계별 평가 실시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계의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본초학회와 전국한의과대학 본초학 교수들도 성명서를 내고 ‘본초학은 현행 법령상 한약조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유일한 과목’이라며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이후에 벌어진 한약에 대한 정체성 및 의권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된 개정령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남 의원은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본초학을 제외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반대의견이 다수로 나와 복지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철회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우수한 한의사 인력양성과 한의약 약화사고 예방을 위한 국가시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