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19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한의사 A씨에게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한의사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로 2010년 9월경부터 약 3개월 동안 뇌파계(NEURONICS-32 plus)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고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관할보건소장은 2011년 1월 21일 원고에 대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했다.

피고(보건복지부장관)는 이를 이유로 해당 한의사에게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기준에 따라 3개월의 면허자격정지처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 신청해 자격정지처분 1개월 15일로 변경).

이 사건 뇌파계는 2009년 1월 12일, 의료기기의 등급분류 및 지정에 관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위해도 2등급(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다.

앞서 2013년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의료법위반, 자격정지 1개월15일 취소소송)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고법은 복진 또는 맥진이라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의학 교육과정 및 의사 국가시험의 경우에도 뇌파검사 능력(측정·판독·진단 및 치료방법의 결정 능력 등 포함)에 대한 평가는 필기시험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특별히 임상경력이 요구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한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판단지표 중 하나로 충분히 이 사건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법은 “이 사건 뇌파계는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서 그 사용 자체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의료기기 관련 법령 등에 의료인 전용 의료기기와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로 구별해 허가하거나 판매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일반인에게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한방용 의료기기와 구별해 판매가 허가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중요한 법적근거가 될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법부의 입장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격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적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하루 빨리 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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