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명예회장은 한약이 천연물신약 또는 생약제제 등의 이름으로 양약화되는 현실을 개탄, 한의계가 일치 단결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연물신약 고시무효소송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천연물신약뿐만 아니라 한약처방을 근거로 한 생약(한약)제제의 무차별적인 품목허가는 결국 한의학을 고사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약사법상에서 한약을 양약으로 만들어버리는 문제 조항들이 있어, 이들 조항을 개정하든지 독립한의약법을 제정해 한의약을 올바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천연물신약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한의계의 천연물신약 투쟁에 불을 지폈던 허창회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연물신약 고시무효를 비롯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생약(한약)제제 문제 등은 한의계가 일치단결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중의 현안”이라면서 “특히 약사법에는 한약을 양약화시키는 문제 조항들이 많아 이들 조항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천연물신약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의 고시무효 판결에 이어 서울고법의 원심파기로 대법원에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법리를 다투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기성한약서를 기반으로 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되는 생약제제는 전문의약품인 천연물신약과 마찬가지로 한의사는 이를 처방하거나 환자에 투약할 수 없다. 한의서를 근거로 허가됐음에도 한약이 아닌 양약인 일반 또는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됐기 때문이다.

▲ 한약처방을 근거로 만들어진 천연물신약과 생약제제. 그러나 이들 제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한의사들은 처방하거나 환자에 투약할 수 없어 한의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약사법 제2조(정의)는 △‘한약’이란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生藥)을 말한다 △‘한약제제(韓藥製劑)’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또 고시인 한약(生藥)제제 등의 품목허가에 관한 규정 제2조(용어의 정의)는 △‘생약제제’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한약은 생약이고, 한약제제는 의약품이며, 생약제제는 천연물이면서도 한의사들은 치료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제제가 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허 명예회장은 “이런 법률적인 맹점을 이용해 한약처방들이 한약(생약)제제라는 이름으로 양약으로 허가돼 한약이 약사와 의사들의 업무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침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침·뜸을 강의하고, 침술을 IMS라는 이름으로 의사들이 시술하며, 한약이 한약제제 또는 생약제제로 둔갑돼 의·약사들이 처방, 투약한다면 한의사들에게는 뭐가 남겠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한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걸 막으면서 한편으로는 한의약의 주요 치료수단인 침술과 한약을 의·약사들의 업무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정부의 편파적인 정책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대한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체 한의계가 뭉쳐 한의학 바로세우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명예회장은 “독립한의약법은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 바로세우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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