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변조된 한약재를 복용한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해당 한방의료기관에 대해 거액의 변상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는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필요성을, 한의계는 허술한 정부의 위·변조 한약재 단속 강화를 각각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잘못 조제된 한약의 부작용으로 만성 신장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해당 한의사 및 네트워크 한의원 본사에게 1억 9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12일 “이 사건은 한약재 납품업체가 한약재를 잘못 납품했고, 한의사 등이 신장을 손상시키는 성분의 한약재가 다른 한약재로 혼용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한약을 복용하도록 해 신장질환을 유발하게 됐다”면서, “한약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체계를 마련해 검증되지 않은 한약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돼있어, 이를 통해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게 된다”면서 “임상시험은 해당 의약품의 체내 분포, 대사 및 배설, 약리효과와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등을 뜻하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 신약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약은 이와 같은 임상시험 절차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한약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할 개연성이 상당히 농후하므로 한약도 반드시 임상시험을 의무화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논란이 되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는 약품용 한약재의 유통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라며 “우리 협회는 2014년에도 이번에 문제가 된 한약재인 ‘관목통’이 ‘통초’로 둔갑해 유통될 수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식약처에 공문과 구두로 전달하고 이에 대한 해결과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했으나 당시에도 식약처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환자 A씨는 한의사 B씨가 처방한 한약을 복용한 뒤 ‘만성 신장질환’ 판정을 받았다. 한의사의 처방 내역과 달리 ‘관목통’이 ‘통초’로 오인돼 사용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의사 B씨가 자신의 처방에 대한 성분을 끝까지 검수할 의무를 지키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프랜차이즈 한의원 대표와 공동으로 1억 9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의협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먼저 일련의 사태로 환자의 건강이 악화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해당 한의사는 환자의 증상에 맞는 정확한 처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의 유통 관리 미흡으로 한약재가 뒤바뀜으로써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게 된 것으로, 만일 식약처가 해당 한약재에 대해 확실한 관리감독을 실시했다면 애초에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의협은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한약재인 관목통은 한의사협회가 2014년 9월에도 식약처에 해당 한약재에 대한 정확한 유통과 관리 감독을 요청한 품목”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이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관목통’이 ‘통초’라는 한약재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다수의 제보를 확인해 위․변조․둔갑해 유통되는 품질 부적합 한약재(관목통)의 유통 근절 및 신속한 회수 폐기 처리를 위해 해당 품목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 착수를 식약처에 촉구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한의협은 “그러나 식약처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침이나 조치 결과에 대한 회신을 대한한의사협회에 아직까지 하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 한의원과 한의병원에는 식약처가 인증한 규격화된 의약품용 한약재만을 환자에 처방하고 있다. 즉, 한의사는 한약을 처방할 뿐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등 품질관리는 전적으로 식약처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이번 법원판결은 의약품용 한약재에 대한 식약처의 관리감독 소홀이 국민 건강과 한의의료기관 신뢰성 제고에 얼마나 큰 위해요소가 되는지 다시 한번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식약처는 의약품용 한약재에 대한 빈틈없고 완벽한 관리감독시스템을 구축해 다시는 이 같은 피해를 입는 국민과 한의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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